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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민주시민임을 망각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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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11-23 21:02 조회49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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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혼란스러울 때,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의 우리나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지금 국민의 대다수가 ‘우리나라가 진정 민주국가인가’라는 의문 속에서 정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관심을 넘어 적극적인 권리 행사와 집회, 결사 등의 정치적 행동에 연일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민주시민이었을까요? 민주시민임을 잊은 적은 없었을까요?


민주시민이라면 불의한 사회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통념 중 하나로 ‘정치 관련된 발언은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가 있습니다. 이는 스스로 뿐만 아니라 정의롭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지를 위축시키고, 자유롭고 적극적인 표현 욕구를 억압합니다.


저는 이러한 통념이 학교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사드배치 관련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선생님은 당일 교육청에서 정치관련 내용을 학생들이 접하게 하지 말라는 경고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일부 선생님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지금의 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에게 그럴 시간에 성적 올리는 데 신경 쓰라고 하십니다. 다수의 선생님들은 지금의 시국에 대해선 일체 언급을 피하려고 하십니다. 학생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가 강제하는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불만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저항을 하거나 당당히 의견을 밝히려는 학생은 극히 드뭅니다. 그것이 정치적인 행동으로 보일까 봐, 요주의 인물로 찍힐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겠지요.


어른들 또한 투표를 하는 것 외의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 행사는 정당원이나 시민단체 등의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렸고, 자신이 민주시민이어야 함을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라고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국정 혼란은 그동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더는 숨길 수 없이 곪아터져 나온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 많은 유능한 정치인들과 지식인들, 건전한 시민들은 무엇을 했던 것인가요? 헤아릴 수 없는 문제와 비리를 안고 있는 한 인간이 권력의 최고정점인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어떤 검열체제도 감시체제도 기능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것입니다. 근저에 그 ‘불편한 정치’의 통념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또 무엇이 우리가 민주시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 건지, 민주시민 역량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노력할 점은 무엇인지 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윤나라님의 댓글

윤나라 작성일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중략)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국어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입니다.
지난주 기출 작품 수업을 하는데 김수영의 시 풀이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네요.

일제강점기, 부끄러움을 이야기했던 어느 시인처럼
뜨거웠던 항쟁 중, 사는것에 졌다고 고백하던 어느 시인처럼
부끄럽게도 사는 것에 졌노라고.
아이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