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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도시 아이콘이 되다] (7) 부산 '인디고 서원' <광주일보 12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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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5 16:10 조회2,9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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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도시 아이콘이 되다] (7) 부산 '인디고 서원'
청소년의 꿈과 사유 키우는 풍성한 인문학 정원

2017년 12월 11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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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서원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사랑과 혁명의 공동체, 인크’
어린 시절, 꿈많은 소녀는 그늘진 담벼락에 앉아 ‘빨강머리 앤’과 ‘하이디’를 자주 읽곤 했다. ‘15소년 표류기’의 브리앙과 간디, 헬렌 켈러에게도 끝없이 말을 걸고 대화를 했다. 상상력과 천사같은 마음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그 아름다운 꿈을 향해 푸른 날개짓을 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는지.

비록 그들로 부터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지만 소녀는 어릴 적 꿈을 가슴에 간직한 채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빨강머리 앤’과 비슷한 초록색 지붕의 다락방을 갖게 됐다. 그것도 사설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복판에. 부산의 대표적인 서점 ‘인디고 서원’의 이야기다.

지난 2004년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으로 문을 연 인디고 서원은 허아람(47) 대표의 오랜 꿈이 만들어 낸 사유의 공간이자 책들로 풍성한 정원이다. 인디고 서원이란 이름도 쪽빛이란 뜻의 인디고(Indigo)와 책의 정원을 칭하는 서원(書園)의 합성어다. 1970년 대 이후 출생한 독창적인 세대를 상징하는 ‘인디고 세대’ 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꿈을 잃지 않는 영원한 소년, 소녀로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의 로망이 숨쉬고 있는 공간이랄까.

책방에 들어서면 그 흔한 참고서 하나 찾아 볼 수 없다. 날마다 학생들이 오가는 학원가에 자리하고 있지만 서가에는 학습교재나 자기개발서 대신 문학, 문학, 사회, 역사, 철학, 예술, 교육, 생태, 환경 등 6가지로 분류된 단행본들이 가득하다. 특히 인상적인 건 서가의 사이 사이, 건물의 안과 밖에 잘 가꿔진 나무와 식물이 놓여 있다는 점이다. 서점을 방문하는 학생들과 고객들에게 싱그러운 녹색 기운을 전해주고 싶은 허 대표의 배려다.

그러고 보니 인디고 서원은 판매하는 책 뿐만 아니라 남다른 건축 철학을 자랑한다. 대지 133㎡, 건축면적 79㎡인 서원은 겉에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빨강머리 앤’에서 영감을 얻어 지하부터 4층까지 마치 둘레길을 오르는 것 처럼 공간이 설계됐다. 서점은 지하 소극장, 1층 어린이 책방 ‘인디고 아이들’ , 2층 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3층 사무실 및 회의실, 4층 꼭대기는 허 대표의 다락방 등으로 꾸며졌다. 건물의 하이라이트는 중점(中庭). 서점 입구로 들어서면 지붕이 뚫려 있고 그 자리에 은행나무가 4층까지 쭉 뻗어 있다. 특히 직접 중국에서 수입한 친환경 벽돌(전돌) 10만 장으로 내부를 마감해 푸른 빛이 은은하게 풍기는 분위기는 압권이다.

인디고 서원의 이윤영(29)실장은 “처음엔 인근의 13평 사무실을 임대해 서점을 운영하다가 지난 2007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면서 “책을 판매한 수익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오래도록 부산의 명소로 남기를 바라는 대표님의 뜻에 따라 건물을 신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 때문에 아직도 빚을 갚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한다.

‘꿈꾸지 않는 자는 청년이 아니다’는 캐치프레이즈 처럼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책을 통해 꿈을 꾸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간다. 더불어 바쁜 세상살이에 앞만 보고 달려 온 어른들은 잠시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인디고 서원이 세상에 나오게 된 건 부산대 국문학과 재학시절부터 진행해온 허 대표의 ‘독서수업’이었다. 그녀는 인문서적을 함께 읽으며 청소년들에게 도덕적 품성, 비판적 지성, 예술성 감성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런 인문학 정신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아름답게 변화시키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당시 온라인 서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동네 책방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정작 교재로 쓸 책을 구하기 힘들었다. 어떤 책은 한달 이상 기다려야 받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무렵, 휴가차 유럽으로 떠난 서점기행에서 그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온라인 서점의 공세를 겪은 유럽의 서점들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 낭송회, 음악회 등이 펼쳐지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손님이나 예술인들이 서점의 주인공으로 공간을 향유하는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귀국 후 준비기간을 거쳐 어렸을 때 부터 꿈꿔왔던 인디고서원을 학원들이 밀집된 한복판에 열었다. 마치 입시교육에 지친 아이들이 숨쉴 수 있는 오아시스처럼.

인디고 서원이 여느 책방과 다른 점은 독서모임의 요람이라는 점이다. 물론 인문학 서적 1만여 권이 비치된 서점이지만 토론과 독서를 통해 전국의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학창 시절 허 대표와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이윤영씨와 박용준(34)씨가 실질적인 인디고 서원의 운영을 맡고 있다.

매장에 진열된 책들은 허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철저한 큐레이션을 거친 결과물이다. 특이한 점은 서가에 꽂혀 있던 지, 아니면 매대에 포개져 있던지 똑같은 책이 없다는 것이다. 협소한 서점의 여건상 가능하면 다양한 책들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다.

그중에서 인디고서원을 전국구 스타로 만든 건 청소년들이 기획한 ‘주제와 변주’다. 대형 서점의 저자 사인회나 책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독서 모임을 통해 가장 만나고 싶은 책 속의 저자를 직접 초청해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미학자 진중권, 최재천 전 서울대 교수, 이왕주 부산대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다녀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 저녁회 열리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책일기 모임 ‘수요독서회’와 청춘남녀가 모여 좋은 책을 함께 읽고 책과 관련된 영화를 보거나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을 즐기는 ‘청년들의 저녁식사’, 인문학을 공부한 청소년들이 청년으로 성장해 세상을 위한 창조적 실천을 지향하는 ‘사랑과 혁명의 공부 공동체, 인크 InK’, 인디고북페어 등도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제 인디고 서원은 부산 지역 청소년들의 것만이 아니다. 대구·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찾아드는 ‘꿈의 장소’가 됐다. 특히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의 약어인 ‘정세청세’는 14세∼19세 청소년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토론행사다. 초기 부산지역에서 진행된 정세청세는 근래 광주, 서울 등 전국에서 수천 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행사로 확대됐으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2012년 공익법인으로 등록, 현재 256명의 개인,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Indigo+ing)과 국제 인문학 잡지 ‘인디고’ 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부산=박진현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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