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감성터치] 네팔 도서관, 또 다른 꿈의 시작 <2018년 3월 5일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3-09 12:55 조회462회 댓글0건

본문

[감성터치] 네팔 도서관, 또 다른 꿈의 시작 /이윤영

설 연휴에 네팔을 다녀왔다. 네팔의 시골 마을 ‘타나훈’에 인디고 도서관을 완공하기 위해서였다. 지리적으로 네팔 땅의 정중앙에 위치한 이곳은 네팔어를 만든 시인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눈앞에 보이는 깊고 높은 곳에 사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만년설처럼 맑고 순수하다. 이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일까.

인디고 도서관은 네팔에서 만난 교육활동가 마다브 기미르의 꿈을 만나 시작되었다. 그는 가난하고 배움의 기회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자비로 비영리 학교를 건립하고 있었다. 가난한 나라 네팔은 자국의 학생들을 가르칠 시스템이 없었고, 공부하기 위해 해외로 나갔던 네팔의 청년들은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국가를 이끌 리더들이 길러지지 않는 나라는 세계화라는 거센 바람 앞에 점점 더 고립되어갔다. 마다브는 영원한 평화와 사랑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그 땅을 일궈가고 있었다.

2007년 인디고 서원 팀원들은 마다브가 초석을 다진 학교 부지를 함께 둘러보았고, 인디고 서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함께하겠다 약속했다. 그 자리에서 마다브는 인디고 서원에게 조그만 땅을 선물했고, 우리는 그 땅에 ‘인디고 도서관’ 건립을 약속했다. 1년 뒤, 인디고 서원 팀은 네팔 전 총리가 수여하는 ‘에베레스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전 지구적으로 평화의 가치를 높이 세우고, 인류애라는 대의를 향해 정진하는 이에게 수여하는 상’인 에베레스트 어워드는 그 약속에 대한 증표였다. 그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나는 처음 네팔에 갔고, 정확히 10년 전이었다.

10년 만에 도서관을 완공하게 되어 다시 찾은 네팔은 많은 것이 그대로였지만 또 꽤 많이 변해 있었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숨쉬기조차 어려워진 공기였다. 지난 10년 사이 미세먼지의 농도는 세 배 높아졌고, 세계대기오염지수에서 늘 상위 5위에 드는 나라가 되었다. 오염의 주요 원인은 오래된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이었다. 네팔에서 만난 사람들은 십여 년 전만 해도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전 세계에서 네팔을 찾아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고 했다. 만년설이 뒤덮인 히말라야산맥에 위치한 네팔 사람들은 맑은 공기가 왜 특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러워진 공기가 그 높은 산에 막혀 그곳에 머물게 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 버려진 오래된 차들은 그들이 유일하게 가진 소중한 자연 유산마저 빼앗고 있었다.

네팔에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자원이 있다. 그 자원은 자체로 네팔이라는 나라를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며, 이는 전 인류가 애써서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낡은 차와 공장을 네팔로 내몰아버린 부유한 나라들이 그 기회를 짓밟고 있다.

 

네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가난한 사람들’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소설 속 두 명의 주인공은 찢어지게 가난하여 비참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존엄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돈이 많은 자가 어떤 가죽이 더 고급인지 고민하는 모습에 한탄하며 이 세계에는 그것보다 들여다보아야 할 무수히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비록 가진 돈은 없지만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과연 부유한 사람인가? 혹은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들에 눈감고 사는 영혼이 빈곤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인디고 도서관 완공식에서 만난 네팔 현지 활동가들은 도서관이란 단순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 이 나라의 희망이자 사람들의 미래이며 평화를 만드는 일이라 이야기했다. 가난한 나라의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이 바로 도서관이었다. 그것은 그 땅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 그 땅에서 자라난 새로운 세대의 존엄을 지키는 일,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먼 훗날 그 일을 해냈을 때, 비로소 도서관의 참된 존재 의의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또 다른 꿈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일 뿐이다.

인디고잉 편집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