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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영화 '범전'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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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호 작성일17-11-19 21:34 조회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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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영화 ‘범전(오민욱 감독)’을 보고….

 

 

안도현 시인의 산문집 <안도현의 발견>을 소개하는 글에 이런 말이 있다.  

꽃이 피어도 꽃이 모르고, 누가 사라져도 사라진 모르고, 자신이 살아가는 고장에서 어떤 소리들이 들리는 줄도 모르고,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시인은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 말한다.”

 

도대체오랫동안 바라보면…’ 무슨 일이 생기길래 그러는 걸까? 시인 나태주는 <풀꽃>이란 시에서 이렇게 답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보랏빛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시인다운 대답이 아닐 없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현실을 여지없이 빗겨 나간다

 

현실을 여지없이 관통하고자 하는 다큐멘타리는 그래서 시가 없다. 그런데 오늘 영화는 편의 시가 되고자 하는 다큐였다. 그런 점에서 명백히 실험적(!)이었다. 기존의 다큐멘터리 기법으로는 시를 지을 없음을 아는 감독은 스스로 시인이 되어 시적 작업을 고집한 것이다.

 

안도현 시인은 말한다. ‘시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원래 있던 중에 남들이 미처 찾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시인은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인 것이다.

 

시민공원 개장식의 화려한 조명 뒤에 숨은 것들을 하나 하나 발견해나가는 감독은 영락없는 시인이었다. 작고 하찮은 것일수록, 어느 누구 하나 눈길 한번 줄 것 같지 않은 것일수록, 그래서 좀처럼 기억될 수 없는 것일수록 감독의 카메라는 더 오래, 더 또렷이 고정된다.

 

그렇게 처연히 응시하기

놀라운 , 영화가 단지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끝내 다큐의 본색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바로 현장성(!)이다. 수많은 다큐들은 하나같이 관객들을 자신의 현장 속으로 데려가려고 애를 쓴다. 다큐 기법이란 것도 그것에 봉사하는 유효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 영화는 어떠했나?

 

나는 투명인간이 되어 범전동 골목을 유령처럼 떠돌아다녀야 했다. 그네들의 설움에 눈물 훔치고, 골목길의 스산함에 몸을 떨면서 하염없이 말이다. 죽어서도 범전동 귀신이 많은 기지촌 여성처럼 영화의 현장을 치도 벗어날 없었으니… 

 

영화? 다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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