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독서회

2월 2주 독서모임 후기_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장병순 작성일18-02-23 17:59 조회188회 댓글4건

본문

일시: 2018.2.14(수) 19:00 에코토피아

 

참석자: 손병철, 구민정, 성현정, 김민호, 진하은, 양유경, 강동연, 정종임, 박혜진, 김지선, 안효원, 김금옥, 조미영, 김양희, 장병순(사회) 총 15명

 

​---------------------------------------------------------------------------------

 

1월 도서였던 [슬픈 인간]의 독서모임 후기​의 말미를 장식했던 문구였던,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는

이번 주제 도서인 김승섭 작가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개인의 삶과 역사 속의 무늬를 들여다보면 반드시 아픔이, 희생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질병과 고통, 사회적으로는 민주주의와 개혁, 혁명 등 모든 변화가 ​그러합니다. 

작가는 ​아픔의 사회적 맥락인 불평등을 엄정한 숫자로 입증하면서 문제제기에 멈추지 않고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있어 함께 비를 맞거나 함께 큰 우산을 펼치는  

연대와 공감과 협력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사회역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다루는 학술적 서적을 읽으면서 소설보다 수필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지는 경이로운 경험을 아래에 더 나누고자 합니다.

 

+ 법적 제도적으로 열악한 처지의 사람이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밝히는 사회역학을 다루며 국내에 선구적으로 도입 소개한 책으로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전개가 설득적이었음.

 

+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저자와 닮은 글임. 통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무너뜨리며 재미있게 읽혔음.

 

+ 서문과 감사의 글 속에 주변의 도움(어머니, 아버지, 아내, 대학원생 등)을 잔잔히 언급한 것으로 보아 저자의 인격의 품새가 느껴짐. 자원봉사, 산업현장을 발로 뛴 경험이 힘이 되어 살아온 저자의 실천적 삶이 그대로 읽혀짐. 권력의 병리학이 읽기 쉽지 않았던 책이었던 것에 비해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많이 이해되고 기억되고 권할 만한, 착하고 친절한 책임.

 

+손맛 있는 정성 들인 양장이지만, 가볍고 읽기 편한 책. 소외된 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나 주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양적연구를 기술하되 쉽게 쓰려고 노력한 부분에 대해 고마운 느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전공의 대상 연구로서, 자기분야에서 냉철하게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수집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단단한 숫자로' 담담하게 서술하였음.

 

+ 딱딱한 주제일 수 있으나 따뜻하게 읽혔으며 개인주의적 삶을 반성하고 다같이 사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품게 하였음

+ 성소수자 집단에 대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알게된 점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 아쉬우면서 사회적으로 배제당한 집단을 좀 더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 개인적인 우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기질적 측면보다 사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동기가 되었음.

 

+​빅데이터를 통해 인재(人災) 데이터를 다루는 측면에서 이 시대에 필요한 책임. 미화하지 않고, 과학적 글쓰기 훈련이 잘 된 책.

 

+ 불평등, 불의 등을 주장하면서도 흥분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반박의 여지없이 과학적으로 기술된 책. 일류대학, 의사로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구자로 남는 선택을 한 저자의 소양은 민주화운동, 사회적 공헌 활동을 통한 삶의 체험이 바탕이 되어 말과 삶이 일치하는 무게를 가짐.

 

+책 날개 속 저자의 학력 배경에 대한 권위와 아내에 대한 헌사 글로 저자에 대한 이미지가 호의적임. 질병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국종 교수의 인터뷰가 떠오르면서 열악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다치고 아프다는 사실을 확인함. 이기적인 삶을 뛰어넘도록 하는 힘이 되는 책이었음.

질문) 성적 정체성이 일치되지 않아도 문제 없을까? 이부분에 대해 정보를 주시길..

 

+ 서울 교보문고에서 저자의 강연회에 다녀옴. 어떤 질문자가 “굳이 소수자의 편에서 같이 흙탕물을 뒤집어 쓰려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저자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우리는 함께 쓸 수 있는 더 큰 우산을 만드려고 하는 것 뿐이며 가능한 만큼만 해보는 것이고 하는 만큼만 잘해보려 하는 것이고 기존의 판을 깨면서 더 높은 판을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대답이 몹시 기억나고 감동적이었음.

 

+소수자의 고통을 알지 못했고 소수에 대해 다수의 관점으로만 보았던 것에 대해 부요한 사람의 시신을 열어 부신의 크기를 확인한 느낌이었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 불평등한 세계의 문을 스스로 열어가도록 안내하려는 의도로 책을 쓴 것 아닐까. 당신과 나, 우리의 공동체는 안녕하십니까? 라고 물으면서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떠올리게 하는 울림이 많은 책.

 

+ 개인이 겪는 사회적 냉대, 아픔에 대해 ‘네 탓이 아니라’라고 말해주면서 정책, 제도화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불어넣어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방향을 잡은 저자가 우리를 응원하는 점에 대해 멋있고 고마운 생각이 듬.

 

+의료분야에서 사회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시각이 신선했으며 가난한 자에 대한 온화한 시선으로 그러나 객관적인 사회학적 도구로 현상을 분석한 점이 훌륭함. p.251의 이응노 화백의 ‘군상’ 은 인간 사이의 연결을 표현한 그림으로서 이 책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잘 드러냄.

 

+ 감수성과 표현력이 놀라워 울림과 깊이가 컸으며, 링 위에 올라갈 때 구체적 자료를 갖고 올라가면 싸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설득력있는 기술이 인상적임. 사회적 문제는 사회적 해법으로 찾아가야 하는 점을 짚어주는 시금석이 될 만한 책으로 매우 흥미롭게 읽음.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댓글목록

김석화님의 댓글

김석화 작성일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랬지만 후기들 또한 가슴 벅차네요.
어른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잘 읽었어요

김민호님의 댓글

김민호 작성일

모임이 있는 날, 남북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역사적인 첫 골을 터뜨렸다. 모임을 한 시간 앞둔 그 시각, 기쁨도 잠시... 난 또 방을 들락거리며 고민을 이어갔다. 참석 댓글을 달았지만, 도무지 멀쩡하게 얼굴을 들이밀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줄 몰랐다. 이까짓 일도 그 잘난 용기가 필요한 것인 줄 정말 몰랐다. 이걸 보면, 내가 홧김에 글을 써 올린 것이 분명하다. 비난을 자청하고 감수하는 것이 Me too에 진정으로 동참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모임에 참석하려니 절로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다.

마지막에 책을 다시 집어 들고서야 용기를 내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
...

그러고보니, 모임을 마치고나서도 나는 그 뒷말을 정확히 찾아 잇지 못한 것 같다. 저자 역시 속 시원히 완성된 문장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 같고, 그래 어쩌면 이건 독자의 몫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야 한다. 아픔이 스스로 길을 낼 수 있는가 하고...

그 흔한 질병조차 저절로 낫는 법이 없다. 자정능력이나 자연치유도 질병의 대항이기에 가능한 일이며, 마음의 상처 또한 저절로 아물지 않는다. 무시하고 회피할수록 시한폭탄을 품은 채 잠복할 따름이다. 사회적 고통은 어떤가. ‘차별’로 대표되는 그 아픔도 눈 녹듯 저절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 역사상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으니까. 그래서 아픔은 스스로 길을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다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어찌 해야 하는가. 저자의 방법을 따라 가보자. 먼저, 아픔에 기우는 따뜻한 관심이다. 능력이 있다고 길을 내는 게 아니다. 아픔이 서린 그 자리에 찾아가 부둥켜안고 같이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길이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그리고, 길을 내려면 앞을 보고 헤쳐나가듯, 그 아픔을 직시해야 한다. 동정하는 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며, 이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심지어 가해자까지 그런 척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길을 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픔을 시인하고 부검하듯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 일이 수고스럽고, 때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런데 여기서 저자의 독특한 사랑법이 나온다. 부검하되 저자가 찾는 건 아픔의 원인이 아니다. 그 ‘원인의 원인!’... 곧 아픔이 서리고 고인 그 자리를 탐문한다. 그곳에 머물고, 또 살아가야 하기에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묻는 것이다. 이것이 장소성에 관한 질문인 사회역학이다.

그래서 저자가 내는 길은 곧지 않다. 오히려 다시 그 자리를 향하며, 그 자리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린다. 아프지만, 그 곳에 머물며 살아야 하기에... 또 그 자리의 주인이어야 하기에 말이다. 그렇게 길로 둘러싸일 때, 그 자리는 비로소 황무지가 옥토로, 더 이상 아픔이 싹 틀 수 없는 땅으로 변하는 것이다.

저자의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덕분에 이런 상상도 해본다. 우리 같은 인문학 모임이 개개인의 건강에 얼마나 이로운지 밝히는 일 말이다. 전국 인문학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전수조사하여 이들의 건강상태, 발병률 등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표본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조사하여 인문학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일수록 평균 10년 더 오래 산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 모임에 참석할 것이고, 이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저절로 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 모르니, 악착같이 오래 살아야겠다. ㅎㅎ..

장병순님의 댓글

장병순 댓글의 댓글 작성일

스스로 길을 낼  수 없는 아픔이 있을 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함께 관심과 참여를 나누면 길이 되는 것.
먼저 실천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덕분에 법조계,  문화계, 교육계,  언론방송계 들불처럼 확산되는 기름부음 되었다 생각해요.
용기의 들불이 계속 번져 소수자. 약자의 목소리와 인권이  회복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민호님의 댓글

김민호 작성일

작가가 ‘단단한 숫자’로 말하고 있다면 병순샘은 늘 ‘단단한 온기’로 세상을 대하는 것 같아요. 그 덕에 찾은 귀한 책을 함께 읽으며 저 또한 마음과 뜻을 다져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맙구요. 사회와 후기에 깃든 수고에 감사드리며 제 얘기 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