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러브레터

letter 69. 우리는 구해야 한다, 이 고귀한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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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6-12 18:05 조회97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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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아홉 번째 인디고 러브레터




우리는 구해야 한다, 이 고귀한 생명을

이윤영(<인디고잉> 편집장)

인디고 서원에는 6개의 서가가 있습니다.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이 그것인데요.
인간과 관련이 있는 모든 것을 사유하는 학문이 인문학이기에,
다양한 시각을 담을 수 있도록 선정한 분류입니다.
인디고 서원의 교육 프로그램, 행사, 출판물 등 또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분류를 따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순서를 따라 생태와 환경의 문제를 가장 마지막에 두고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예를 들어 출판물의 가장 마지막 주제를 생태·환경으로 한다거나,
시리즈 강의 혹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가장 마지막 차시에 그 주제를 배치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희가 만난 많은 학자 역시 책이나 인터뷰에서
항상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서는 생태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을 종종 발견했습니다.
우연이라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그것이 필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대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만큼 파괴되고 훼손되었습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고,
바다 한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이 멀리 느껴진다면, 지금 내 피부로 느껴지는 것들만으로도 충분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세먼지 지수를 매일 확인해야 하고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이 되어버린 우리의 일상 말입니다.
각종 유해 물질로 아이들이 비염과 아토피를 아주 흔하게 앓게 되는 이 현상은,
먼저 살아간 세대가 다음 세대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은 비극적인 일입니다.

얼마 전 중국의 쓰레기 수입 거부로 일어난 ‘쓰레기 대란’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 눈에서, 내 손에서 쓰레기가 없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버린 것들은
이 지구 어디에도 더 이상 담아둘 곳이 없습니다.
쓰레기 문제하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스티로폼을 삼키는 바람에 잠수할 수 없어 허우적대다 결국 목숨을 잃은 거북이의 모습입니다.
그 거북이가 느꼈을 고통은 왜 제게 공감되지 않았을까요.
그것을 버린 것은 인간인데,
그런데 왜 그 고통은 아무 죄 없는 거북이가 짊어져야 하는 것일까요.

비단 거북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인디고잉>의 표지 작품의 작가 크리스 조던은
인간이 무분별하게 버린 쓰레기들이 초래한 알바트로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모든 인간 존재와 3천km 이상 떨어진 무인도 미드웨이에서
크리스 조던이 목격한 장면은 그야말로 참담합니다.
죽은 새의 배를 갈라보면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도 있지만,
라이터, 레고 블록, 병뚜껑 등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쓰레기들도 있습니다.
그 새들의 고통을 초래한 것은 다름아닌 ‘나’입니다.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어떤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나의 삶에 대해, 이 세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이토록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인지
청소년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고,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럼 교과서에 나오는 것은 모두 옳은 것이고,
그것을 배우면 기쁘고 행복하냐고 제가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며,
모두 한 번쯤은 왜 내가 이 공부를 하고 있는지 선생님 혹은 부모님께 여쭌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대답을 들었냐 하니
“그냥 조용히 하고 공부해라”, “시험을 잘 치려면 필요하지”,
“남들 다 하는데 너도 해라” 등의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 답변들에 수긍이 되지 않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채 아이들은 시험을 치기 위해서, 부모님과 선생님이 시키니까,
남들 다 하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똑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목표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면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시험을 치기 위해 국어를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모두가 침묵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자 글을 읽고 쓰면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전 세계 여성과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신장하고 있는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그 증인이고,
『레 미제라블』을 읽고 평범하고 힘없는 민중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쿠바인들이 일으킨 혁명이 그 증거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내가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돈 잘 버는 의사가 될 수 있겠지만,
죽지 않아도 될 질병으로 인해 단 한 사람도 죽지 않는 삶을 위해 헌신한다면
이 세계 전체를 구하는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인디고잉> 57호에서 소개한 세계은행 총재 김용과 그의 친구들이 조직한
건강의 동반자들(Partners In Health)이 우리 시대가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원대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이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제발, 아이들이 시험을 위해 목숨 걸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토록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감하지 않도록,
내가 이 세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개선해야 합니다.
분명 이 세계에서 해야 할 몫이 있고 또 할 수 있는 것도 많을 텐데,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기준에 맞추느라 급급해하는 이기적인 교육 때문에
너무나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구해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뼈저리게 느낍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지금의 방식으로 이 세계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 자체가 이미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아닙니다.
아니라고 거북이가, 알바트로스가, 고래가, 북극곰이 죽음으로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이들에게는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식도 필요하다.
지구와 인류를 서로 의지하는 하나로 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들에게 공감하고 협동하는 능력(경쟁보다),
인류의 기원인 자연과 관계 맺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이런 능력이 발현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빈곤과 삶의 고단함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이 친환경적이고, 협동적이며,
올바른 사회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해줄 자원을 찾아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행복, 자아발전, 스스로를 돌보는 능력을 개발하고
각자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인류사회,
특히 그들이 사는 사회를 위해 쓰도록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한다.
- 시릴 디옹, 『내일』 중에서

인간은 위대합니다.
정말이지 놀라운 진화를 해왔고,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러니 이 위기 역시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대자연의 생명체로서 인간의 위대함과 존엄함을 깨달았을 때
우리가 삶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8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인디고 서원에서 주최하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가 열립니다.
“여러분은 이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크리스 조던과 함께,
절망의 바다를 넘어 새로운 희망을 싹틔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여전히 광안리 바닷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플라스틱 컵들은 저를 절망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간다면, 저 컵들은 또 다른 알바트로스를 죽일 것입니다.
그렇게 내버려 두는 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의 가능성은 보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이 세상 가장 낮고 약한 존재까지 품어 안을 때,
인류는 가장 명예로운 승리를 이룩할 것입니다.
단 하나의 생명도 부정의한 일에 연루되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안에 깊숙이 내재한 인간의 고귀한 가능성을 함께 찾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댓글목록

페르소나님의 댓글

페르소나 작성일

무지는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라는 말처럼 거북이, 알바트로스, 고래, 북극곰의 죽음을 우리는 애써서 외면해 왔습니다. 그 다음은 바로 인간의 죽음인 줄 알면서도 그들의 죽음에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댓글의 댓글 작성일

하루하루 견디기 어려운 더위 앞에서, 더 이상 죽음에 눈감지 말자 다짐해봅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현실을 직시하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갈 여정에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