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러브레터

letter 57. 자유를 향해, 가능성의 중심으로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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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7-02 13:44 조회3,6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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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일곱 번째 인디고 러브레터

  


자유를 향해,
가능성의 중심으로 걸어가겠습니다


이윤영(인디고잉 편집장)
 

참 많은 일이 일어나는 날들입니다.
<인디고잉> 여름호에 어떤 이야기를 가장 중요하게 담아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계간지의 특성상 3개월 내내 이야기할 시의성 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그럴만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디고잉> 기자단은 4월 25일 일어난 네팔의 지진을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인디고 서원이 네팔과 2007년부터 인연을 맺어왔기에 더욱 특별한 이유도 있지만,
5년 전 아이티 지진에 대해서 기사를 썼기 때문입니다.
<인디고잉> 22호에서 2010년 1월 일어난 아이티의 대지진을 두고
인디고 아이들은 이것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아이티 사람들이 가난했기 때문에 그토록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그 가난은 이 세계가 만든 것이기에 우리는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지구 반대편의 청소년들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이런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인문학을 배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5년 뒤 이 재앙은 반복되었고, 우리는 여전히 아무 힘이 없었습니다.
아이티처럼 네팔은 가난했고, 현지 정부는 대응을 제대로 할 여력이 되지 않았으며,
전 세계에서 즉각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뻗었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똑같은 이 재앙의 반복에 두려웠습니다.
5년 전 아이티 때는 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대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그 희망이 무너진 자리에서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네팔의 소식에 촉각이 곤두섰습니다.
그러나 지진 이후 1주일, 2주일 정도가 지나자
관심이 서서히 사그라지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습니다.
매일같이 네팔 소식을 보도하던 언론은
사망자 증가 추세가 감소하자 흥미가 떨어진 마냥 관심을 두지 않았고,
일부러 검색해서 찾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또 네팔 지진이 일어나고 약 한 달 뒤 메르스가 발병했고,
한국을 공포로 뒤덮어버린 이 바이러스에
네팔의 소식은 이제 더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더 시급하고 코앞에 직면한 재난을 대비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네팔의 참사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 저물어가는 것에 무기력한 생각이 자꾸 듭니다.
우리의 마음은 왜 이렇게 허약한 걸까요?
분명 마음 깊이 아픔을 느끼고 슬퍼했는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었는데
왜 조금만 지나면 그 마음이 불편하고 짐스럽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눈감아버리고 잊는 것이 별로 힘들지 않은 세상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을 켜 바로 모든 것이 검색이 가능한 시대이지만,
그래서 선별적으로 정보를 선택하는 것으로
한 치 앞의 불의에도 눈감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 도덕적·윤리적으로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상 윤리적인 책임에 대한 부채의식은 그렇게 쉽게 사그라지지 않아,
모두의 마음 속에 조금씩 미안한 마음이 쌓여 각자 속앓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처럼
그 부채의식은 ARS 기금 마련에 참여하거나 윤리적인 상품 하나를 구매하는 것으로 치환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이지 못한 그 방법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자유를 획득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입니다.
책임이 없고 무능력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네팔 사태를 계기로 깨달은 바입니다.
지진으로 크나큰 상처와 고통을 입은 네팔 사람을 구하고 싶은 마음을 ‘자유’라고 한다면,
그 자유는 “아이티 때도 반성하고 성찰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었잖아.
나 하나 바뀌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는 무기력함으로 쉽게 꺾입니다.
그 무기력은 무능력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인데도
그것에 대한 반성 없이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습관처럼 반복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쉽게 그 무기력을 벗어나기 위해 책임을 회피하고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나 하나가 제대로 바뀌지도 못했고 제대로 시도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예측과 예견만 가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시대입니다.
냉철한 판단과 비판들은 난무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향해야 할 미래는 어디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번 <인디고잉> 47호에서 네팔 지진에 대해 가장 뜨겁게 논의한 이유도 그것입니다.
자유를 되찾고 싶었습니다.
5년 전에 똑같은 재앙을 직면해놓고서
아무 대비도 하지 못한 우리의 논의가 반드시 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비겁하고 답답해서 참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시대의 고통을 뚫고 나아가야만 합니다.

<인디고잉>이 지난 10년간 기억의 의무를 지고자 기록한 것들 중
우리 사회에서 힘을 얻게 된 것들은 거의 없습니다.
청소년들은 더 각박해진 입시 경쟁에 쓰러져가고 있고,
동물들은 여전히 철창에 갇혀 제대로 된 삶을 살지도 못한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강물은 썩어가고, 노동자들의 삶은 으스러져 가며,
학교폭력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은 나날이 고립되어
진실을 위한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에 희망은 없습니다.
똑같은 문제가 이렇게나 성찰 없이 반복되는 이곳에
희망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희망은 있습니다.
희망이 없는 시대에 왜 희망해야 하냐는 물음은 잘못되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달리 희망해야 하느냐, 그 방법에 대해서 우리는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사랑하라, 희망 없이, 마치 젊은 새잡이가
지주의 딸에게 자기의 높은 모자를 휙 벗어 날려보내듯이
그리하여 감금되었던 종달새들이 도망쳐 날아오르게 하라
그녀가 말 타고 지나갈 때 그 머리 주위에서 노래하도록
- 로버트 그레이브스, 「사랑하라, 희망 없이」

신분의 차이로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는 희망이 없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황홀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주고자 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는 것입니다.
진은영 시인은 이 시를 두고 “이것은 위대한 사랑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사랑”이라고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의 서문에서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희망이 없지만 사랑해야 합니다.
상상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능성을 기대한다기보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돌고래 사육으로 전 세계 돌고래쇼를 전파한 릭 오베리Ric O'barry는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기 위해 평생을 바쳐 돌고래쇼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 타이지 만에서 불법으로 자행되는 돌고래 대량학살을 고발한 영화
<더 코브The Cove>의 마지막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멈추고 바로잡을 수 없다면, 다른 그 어떤 큰 이슈에도 눈을 돌리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그의 노력은 끝내 일본 타이지 만에서 잡힌 돌고래를
일본 수족관에서 입수하지 않겠다는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의 서약을 받아내었고,
몰이잡이의 횡포를 멈추기 위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갔습니다.

자유란 이루고 싶은 것,
그를 위해 반드시 멈추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을 해내야만 성취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유에는 이를 완수할 책임이 따르는 것이며,
그를 위해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와 <인디고잉>의 청소년들은 온전한 자유를 꿈꿉니다.
그 자유는 네팔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는 것이고,
앞으로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전 세계적인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세대가 되는 것으로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를 완수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리 삶의 과제이자 목표일 것입니다.
그 가능성의 중심으로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그 걸음에 동참해주시기를,
지금까지 그래 주셨듯 함께 해주시기를 또 다른 10년을 향하는 <인디고잉>이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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