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러브레터

letter 59. 정의를 향한 선택과 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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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1-08 16:10 조회3,3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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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아홉 번째 인디고 러브레터





정의를 향한 선택과 그 가능성
이윤영(인디고잉 편집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각종 지표에서
한국이 50관왕을 했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습니다.
1위를 차지했다는 것들의 항목은 자살률, 산업재해 사망률, 가계부채,남녀 임금 격차,
노인 빈곤율, 가장 낮은 최저임금, 학업 시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낮은 순위),
사교육비 지출, 근무시간, 공교육비 민간 부담, 저출산, 정치적 비전이 어두운 나라 등입니다.
다 열거하지 않았지만 좋은 의미에서 1위를 한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50관왕 했다는 지표마다 발표된 연도가 다르고
OECD 가입국인 34개의 국가에 한정 지어 보는 것이기에
이 지표를 절대적인 기준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가 좋은 삶을 살기에
참 힘든 곳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표들 없이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너무나 일상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세월호 참사 청문회가 일어나는 3일 동안 아무렇게나 쏟아져 나온
그 수많은 책임자의 말들은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도망을 치지 않았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 말인지요.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과 결과 역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너무나 어렵게 진실을 밝히고자 저항하고 견뎌내고 울부짖었던 그분들의 그 오랜 시간을
진심도 정성도 없는 사과 한마디로 짓밟는 행위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지요.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가능해야만 할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이
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절망의 시절이라는 증거입니다.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2015년 한 해 일어났던 전 세계의 많은 비극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합니다.
자유를 원했다는 이유로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기약 없이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야 하는 시리아 난민의 울부짖음도,
잘못된 신념에 휩싸인 IS의 공격을 두 번이나 받은 파리의 시민들도,
지진으로 가족, 집, 미래 모든 것을 잃은 네팔 지진 피해자들도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고통의 삶들입니다.
미국 에세이스트 수전 손택의 말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간 운명의 공존에 대한 우리 대응의 부적절함”에 대해
생각해야만 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지난 역사의 선택들이 모여 만든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하는 선택들은 곧이어 다가올 미래의 모습의 확실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자유로운 시민들은 두려움을 두려워해서는 안되는데,
그것이 주체적 결정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나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은 불편한 것을 꺼리고,
현실을 부인하며, 가능성을 놓쳐버린다.
불안은 우리를 미혹하는 사람, 지도자와 협잡꾼에게 종속시킨다.
또 불안은 다수의 폭정으로 이끄는데, 모두가 타인을 따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도 의견을 말하지 않기에 불안은 침묵하는 대중들을 가지고 놀 수 있게 하며,
만일 그것이 과열되면 사회 전체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정치가 떠맡아야 할 최우선의 과제는
바로 시민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덜어주는 일이다.”
- 하인츠 부데, 『불안의 사회학』 중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농민 문제 해결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산재해있는 시급한 문제들의 시정을 요청하며 일어났던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역시 삶을 위협하는 불안과 공포에 굴복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보통 사람들의 간절한 목소리였습니다.
무려 10만 명이 모여 외친 목소리는 어느 특정 단체의 목소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모두 다른 목소리도 아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변화를 필요로 하고,
명백한 부정의를 시정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우리는 집회에서뿐만 아니라 일상 깊숙이까지 끌어들여
어디로 향해가야 하는지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그를 토대로 변화를 도모하고자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그를 통해 우리는 다시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아야 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함과 공포를 떨쳐내고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 목소리를 억누르고 탄압하려는 권력이 있다는 것은,
그것이 옳다는 말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일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이렇게 글을 쓰고 아이들과 만나 정의로운 세상을 그려보는 일 외에
무엇 하나 용기를 내서 하고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믿는 진실 하나는 바로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힘’에 있습니다.
3.1운동에 참여했던 그 무수히 많은 ‘보통사람들’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없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시절에도
지방 곳곳에서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던 깨어있는 지식인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분명, 우리가 해내는 지금의 작지만 정의로운 선택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엇이 선하고 옳은 선택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숫자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자유로운 제로(0)를 더 좋아한다.
기나긴 별들의 시간보다 하루살이 풀벌레의 시간을 더 좋아한다.
불운을 떨치기 위해 나무를 두드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얼마나 남았는지, 언제인지 물어보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존재, 그 자체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선택의 가능성」 중에서

일말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그것이 언제 가능할지 묻지 않겠습니다.
암흑이 짙을수록 달빛은 더 빛나는 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너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참혹한 일들에 무감해지지 않고,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는 일 역시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필사의 각오가 없으면 우리는 더욱더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몰상식한 시대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그런 각오로 2016년 새해를 맞이합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인디고잉>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다른 새로운 희망들로 2016년 한 해를 채워나갈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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