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러브레터

letter 61. 인류가 지켜갈 삶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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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7-01 18:29 조회3,9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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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한 번째 인디고 러브레터





인류가 지켜갈 삶의 양식
이윤영(<인디고잉> 편집장)

인디고 서원에서 지난 4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습니다.
해운대교육지원청과 기장군청의 지원을 받아
초·중학교 20개 학교에 출강하여 강의·토론을 진행하는 ‘창의인성 독서캠프’입니다.
1교시부터 4교시까지 학생들과 함께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참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여성 인권과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노력하여
2015년 노벨 평화상의 주인공이 된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말랄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마음을 다해 말합니다.
그리고 말랄라가 탈레반의 위협을 받아 죽을 위기에 처하자
손에 손을 잡고 말랄라를 지켜 주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선,
자기가 비록 말랄라가 될 수는 없더라도
그를 지켜주는 친구의 역할을 꼭 해내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조별로 만드는 것인데,
6학년 어떤 아이는 학교 세면대가 1, 2학년 동생들에게는 너무 높아
그것을 고치고 싶다고 말합니다.
조별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말 건네고
그 생각들에서 가장 쓸모 있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역할 역시
아이들 스스로 해냅니다.

이 캠프를 진행하며 자꾸만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훌륭한 생각을 가졌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당연히 옳고,
세상을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미 체득하고 있었던 이 아이들이 커서 사회를 구성한 것일 텐데,
왜 우리 사회는 이토록 이기적이고 비정한 것일까요?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왜 그들이 죽어야 했습니까?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용납되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이 이상한 사회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요.
견딜 수 없는 현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면 부끄럽다는 말로 다 표현이 되지 않는,
치욕스럽다는 표현도 적합하지 않을 어떤 감정이 듭니다.

그럼에도 시간은 지나가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에 이유를 찾는다면, 단 한 가지일 것입니다.
바로 저 아이들의 순수함을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굳은 의지,
혹은 정의로운 마음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감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이 세상이 참 불평등하고 각박하니
너희도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왜곡된 삶의 양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인류의 삶을 그렇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그럴듯한 옷을 입고 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입사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렇게나 수많은 사람이 자의든 타의든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그것을 좋은 사회라고 부를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인디고 서원이 있는 광안리에
세계 최장의 해상 케이블카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누군가는
또 하나의 세계기록을 갖게 된다고 기뻐했을 것이고,
부산에 명물이 하나 더 생긴다고 좋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물속 바다 생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해상케이블이 설치되는 부근에 사는 주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요?
설악산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박그림 선생님께서는
케이블카가 노인에게도 그 풍광을 즐길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20대처럼 이곳저곳 누비며 자연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70대에는 고즈넉하게 자연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겠냐고 말이지요.
인간다운 삶이란, 모든 것을 다 누리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삶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것이라는 말 역시도 틀렸습니다.
인간답고 자유로운 삶이란,
선하고 아름다운 삶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선한 인간이 될 것인지,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을 살 것인지
끝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 노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를 안전하게 살아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 ‘우리’가 단 한 명도, 단 하나의 생명체도
배제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내기 위해 평생을 노력할 것입니다.
어떠한 사람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홀대받고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애쓸 것입니다.
광안리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그렇습니다.
이렇게 글을 써서 지워지지 않을 맹세를 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저의 다짐이자 노력의 첫 발걸음입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우리 인류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삶의 양식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 희망은 있습니까?
그 물음에 답을 해낼 수 있도록
시대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고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여러분께서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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