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러브레터

letter 65. 위대한 국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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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6-07 11:21 조회2,0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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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다섯 번째 인디고 러브레터


위대한 국가로 가는 길
이윤영(<인디고잉> 편집장)


지금 제 무릎 위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 새로 온 식구입니다.
자주 지나다니는 펫샵에서 몇 개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녀석이
자꾸 눈에 밟혀 점원에게 물어보니,
선천적으로 한쪽 눈에 백내장이 있어 아무도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다면 아마 이 강아지는 안락사되었을 것입니다.
강아지 공장에서 어미 젖 한번 빨아보지 못하고
이곳에 왔을 이 녀석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인간으로서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
식구로 함께 잘 지내보자고 데려오게 된 것입니다.
강아지에게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사상가였던
윌리엄 모리스의 이름을 따 ‘모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인디고 서원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내부 간판으로 내걸었던
“혁명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한 나날의 일이 없이는 행복이란 불가능한 것입니다”라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처럼,
행복한 나날을 공유하는 새로운 생명을 기념하면서 말이지요.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며 많은 것을 느낍니다.
수많은 강아지 공장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개,
펫샵에서 간택되기만을 기다리며 진열되어 있는 강아지,
그리고 키우다 버려지는 수많은 유기견.
간디가 말했듯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강아지뿐만 아니라 올해 초까지 조류독감으로 생매장된
5천만 마리 이상의 오리와 닭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대통령께서는 애초에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시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키우고 있던 반려견, 반려묘도 청와대에 함께 입성했지요.
에피소드도 하나 있는데요.
고양이가 한동안 방안에만 갇혀 지내야 했는데,
입성하는 그날 딱새 가족이 관저 창틀에 튼 둥지에 새끼가 부화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고양이 ‘찡찡이’가 그들을 해칠 수 있어
고양이는 한동안 방안에만 갇혀 지냈다고 합니다.
딱새 새끼들이 독립하여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나서야
찡찡이의 출입제한이 풀렸다고 하는데,
그 소식과 함께 SNS에 올라온 사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품에 안겨 평화로워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 표정을 보면 제 마음도 웬일인지 편안해집니다.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내각, 새로운 정책.
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전 정부의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정의하고 부패했던 모습들 때문인지,
시민의 힘으로 바꾸어낸 새로운 정부의 모든 행보에 숨통이 틔어오는 것 같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1만 명을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식 첫 일정에서 발표한 것,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었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던
故 김초원, 이지혜 교사를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순직 인정을 지시한 것,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장에서 태어난 지 사흘 만에
계엄군의 총탄에 아버지를 잃은 시민의 편지 낭독을 듣고
함께 눈물 흘리고 안아주는 것.
이러한 행보들에 새로운 희망의 기운이 생기는 것은
대통령께서 귀 기울인 것이 모두
이제까지 우리 사회가 잘 듣지 않으려고 했던 목소리들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단순히 개인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함께 치유해야 할 슬픔과 아픔과 상처를 진심 어리게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늘 그러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소외되고 외면받아 왔지요.
그런데 이제 비로소 ‘국가’의 이름으로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
말할 수 없는 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공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부패한 국가 권력에 맞서 시민의 목소리를 높였던 지난겨울의 촛불 집회가
살아있는 민주시민의 염원이었다면,
이제 그것을 일상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가 권력은 듣지 못했던 목소리들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고,
시민은 그러한 목소리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삶의 기술을 연구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새로운 정부도, 그 정부를 만든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저도
하루빨리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여전히 우리가 서로 듣지 못하고 있는 목소리들은 많고,
그동안 그 목소리들의 삶은 고통받고 상처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패하고 무책임한 권력은 세월호 속에 갇힌 단 한 명의 목소리도 듣지 않았습니다.
구의역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목숨을 내걸고 일해야 하는 또 다른 ‘구의역 김 군’들이 있습니다.
강정, 밀양, 성주로 이어지는 다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소수에 대한 폭력은
여전히 그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무책임하고 파렴치하기까지 했던 권력층들은
반드시 그에 따르는 심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부끄러운 우리 스스로의 모습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단 하나의 생명에도 준엄하게 대하는 것만이
인간으로서 치욕스러웠던 과거에 사죄할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이 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존엄함을 깨달을 수 있는,
그리하여 타인의 얼굴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만들어지길 진심을 다해 바랍니다.
공부를 못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을 못 해서,
직장을 얻지 못 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장애가 있어서, 성 정체성과 지향성이 달라서 버림받지 않는 사회,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사회,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억압하지 않는 사회를 반드시 만들고 싶습니다.
“혁명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처럼,
이 땅의 작고 약한 수많은 ‘모리’가 행복할 수 있는 혁명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 혁명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정부, 새로운 시민 여러분과 함께
‘위대한 국가’를 향해 가고 싶습니다.
부디 가장 낮고 약한 곳까지 살피는 살아있는 민주사회 대한민국이 되길 꿈꿉니다.
그 꿈은 가능합니다.
그러한 믿음으로 행복한 나날을 함께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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