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러브레터

letter 66. 선한 인간의 조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9-13 15:46 조회967회 댓글0건

본문

 

예순여섯 번째 인디고 러브레터



선한 인간의 조건
이윤영(<인디고잉> 편집장)


여름의 끝자락,
2017 인디고 교육 포럼 <Doing Democracy-정의와 평화를 위한 희망의 목소리>를 열었습니다.
하루 동안 총 958명이 참여해주신 이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제게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질문에 대해 한 번도 궁금해 한 적이 없습니다.
인문학 활동을 하는 저는 수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고
또 답을 한 적도 많았지만,
스스로 그에 대해 질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인문학은 삶 그 자체고,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이 인문학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확하게 답을 갖고 있었던 이 질문이
갑자기 너무나 어려운 물음처럼 다가왔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에는
2011년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테러범 브레이비크가 정부청사에 폭탄을 던지고
청소년 캠프가 진행되고 있던 우퇴아섬에 총기를 난사하여
77명이 사망하는 대참사였지요.
당시 캠프에 참여해 목숨을 잃은 아이의 아버지가 영화에 등장합니다.
살인 테러범에게는 노르웨이의 최고 형량인 21년이 내려졌는데,
이것에 수긍하냐고 감독은 아버지에게 질문합니다.
아버지는 아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합니다.
아들을 죽였고, 77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면서
반성이라고는 하지 않는 살인범에게 사형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21년 후면 다시 사회로 나올 것이 분하지 않냐고 다시 감독은 질문하지요.
그러나 그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그 살인범처럼 남의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럴 권리가 자신에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대답을 하는 아버지에게서 존엄한 인간의 얼굴을 봅니다.
살인범을 증오하지만, 그자와 같은 파렴치한이 되고 싶지 않은,
스스로 존엄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
2017 인디고 교육 포럼의 초대 연사였던 크레이그 코리 선생님이 들려주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인간 존엄성의 위대함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중 이스라엘의 시도 때도 없는 무차별 공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으로 토끼를 기르는 일을 선택했던
칼레드의 사례는 제가 감히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벅찬 이야기입니다.
벽을 두껍게 하고, 방탄복을 입으며 서로에 대한 증오감을 키워가는 대신,
토끼를 기르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을 지키는 것을 선택한 그 마음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선악에 대한 의식은 대안들에 대한 의식입니다.
대안들에 대한 의식은 선택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이고,
선택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은 자유에 대한 의식이며,
자유에 대한 의식은 선택에 따른 책임에 대한 의식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책임에 대한 의식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듭니다.”
- 지그문트 바우만, 『인간의 조건』 중에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찾아갑니다.
바우만의 말에 따르면 악은 의식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매 순간이 선택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그 선택을 하는 내가 어떤 자유와 책임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은 크고 작은 악을 초래하게 되고,
그것에 책임을 지지도 않으니 걷잡을 수 없는 큰 악으로 변해가는 것이지요.

이 말을 정확하게 짚어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까지 갈 것 없이,
저의 일상에도 그러한 ‘악’은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그 선택의 근거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돌이켜 생각하면, 부끄러워집니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결국 무책임한 행동으로 이어질 때가 있고,
그것은 단순히 실수와 잘못이 아니라
가장 선한 것을 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자유의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요.
스스로 존엄하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갖지 않는 것이 악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과한 말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악을 무찌를 힘은 ‘사랑’에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세계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노력해서 연습해야 하고, 배워야 하며,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저는 이제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이라 설명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인문학의 힘을 더욱 강하게 믿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은 우리를 끝끝내 살아있게 하는 힘입니다.
포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에서도, 경쟁이 극심해지는 사회 속에서도,
더 이상 나아질 것 같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상황 속에서도
그를 딛고 그럼에도 살아있게 하는 힘.
그 강인한 정신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힘임을 깨닫습니다.

2017 인디고 교육 포럼의 마지막 행사인
정세청세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마지막 결과물에 이렇게 썼습니다.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의 모든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해,
세계에 만연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
말하고 실천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행동을 보고 누군가 멋있다고 말하거나
단지 그것이 허황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그것이 당연하기에 하는 행위이자 삶의 태도였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며 상처받지 않으며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영웅처럼 강한 힘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영웅처럼 숭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영웅처럼 희생정신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 내게 손을 뻗는다면 나는 그 손을 붙잡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설 수 있는 힘만이라도 줄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도울 것입니다.”

“존엄한 삶을 누리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꿈꿉니다.
저는 모든 인간을 위해 살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세계시민임을 자각할 때 세상은 바뀌기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움직여야 할 시간이며, 희망을 끝내지 말아야 할 시간입니다.”

“저의 꿈은 모두가 적절한 교육을 받는 것입니다.
저의 꿈은 모두가 선택의 의미를 아는 것입니다.
저의 꿈은 매일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모두가 모두를 생각하고 부정의한 현실을 알게 된다면
세상의 불합리를 없애기 위해 모두가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완벽하지 않아도 최소한 노력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은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그것이 세계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그런 아이들의 꿈을 지키는 것,
그를 희망의 목소리로 바꾸는 것이 교육일 것입니다.
2017 인디고 교육 포럼에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더불어 <인디고잉>이
교육을 통해 자유롭고 선한 ‘인간’이 탄생하기를 기원하는
많은 분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희망의 목소리

★ 꿈꾸지 않는 자는 청년이 아니다
청소년 칼럼    희망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 양서영
I'm Dreaming   세상을 바꾸는 행복한 용기 · 유진재
청소년에게 띄우는 그림편지   아름다움은 자기다운 것 · 이호신
시가 내게로 왔다   외눈이지옥나비로 살아가기 · 송현진
한 줄 사전   나는 왜 읽는가? · 김상원


★ 나를 만나다
나를 찾아가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 최숙정
학교의 슬픔   서로를 존중하는 학교는 가능합니다 · 조해진
내가 만난 영원한 소년   당신은 어떤 인간입니까? · 조민경


★ 세계와 소통하다
R통신   레이첼 코리를 기억하며 · 최은수
             존엄한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위한 민주시민 교육 · 인디고 연구소 InK
S통신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 김미정
사서함B612호   정의와 평화를 위한 희망의 목소리· 신디 코리, 크레이그 코리


★ 행복한 책읽기
인디고, 책을 말하다    동물 권리는 인간 존엄의 문제다 · <인디고잉> 편집진
우리 안의 조지를 찾아서   내 안의 용기 · 심예지
키워드, 시대와 소통하다   대한민국 교육정책, 이제 우리가 말해보겠습니다 · 최은수
주제와 변주   식물에게 말 걸어보기 · 최은수
시詩, 말言의 사원寺에서 즐겁게 소통하기   어둠을 밝히는 시의 힘 · 유영종
PAPERS    장벽을 넘어 흐르는 음악과 정치 · 조민경
INDIGO+ing 56호 함께 읽은 책들


★ 더불어 실천하다
2017 정세청세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꿈 · 김은비, 박경민
월드체인징   우리의 바다를 다 같이 지켜요! · 성의정
고통의 기원을 찾아서   우리 사회는 지금 아파트 위험사회 · 김민성, 한희주
에코토피아 뉴스   브로콜리 두부카레 · 권지현
우석영의 온식穩食 이야기   소박한 삶, 소박한 식사 · 우석영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밝은 마을이 되길 바라요 · 야하타 치요
내 삶 안의 헌법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헌법 · 김민성


★ 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디고 시네마 파라디소   불의에 맞서는 사람들 · 김은비
영혼을 바라보는 창   상처를 치유하는 공감의 힘 · 임종진
공감 능력 키우기   작은 숲을 돌려주세요 · 문진서
인디고 정원에서   행복을 보장하는 공동체에 관한 물음 · 윤한결
쪽빛 글씨   파랑의 틈 · 장서영
인디고 러브레터   선한 인간의 조건 · 이윤영
<인디고잉> 기자 편집 후기
공익법인 정세청세의 꿈을 지지해주세요



정기구독 안내


* 정기구독 기간(계간, 낱권 15,000원)
1년 56,000원
2년 112,000원
3년 168,000원

* 신청방법
이름/ 전화번호/ 주소/ 구독료 입금명
위의 내용을 작성하신 후
팩스051-628-2885나 이메일indigo-book@hanmail.net으로 보내주시거나
인디고 서원 홈페이지 BOOK STORE 게시판에서 직접 신청글을 남겨주세요.
전화051-628-2897로 신청하실 수도 있습니다.

* 구독료 계좌번호: 국민은행 114001-04-021048 허아람(인디고서원)

* 인디고잉 판매처
- 전국 서점
교보문고 전국 지점, 영풍문고(부산 광복점/ 서울 종로점, 여의도점)
부산 남포문고(남포동), 다사랑문고(부산대학교 앞), 영광도서(서면)
서울 그날이오면(서울대학교 앞), 길담서원(통인동), 대전 계룡문고, 진주 진주문고
(서점에 따라 재고가 없을 수도 있으니 미리 확인 전화를 해보시고 방문하시면 좋습니다.)

- 인터넷 서점
알라딘 www.aladin.co.kr
인터넷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인디고잉으로 검색)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