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러브레터

letter 67. 희망,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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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0 11:24 조회2,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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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일곱 번째 인디고 러브레터



희망,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
이윤영(<인디고잉> 편집장)


최근 경기도의 여러 도시를 다녀왔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이 ‘경기꿈의학교’라는 사업을
경기도 내 32개 교육지원청을 돌며 소개하는 설명회에
인디고 서원이 협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꿈꾸고 도전하는 학생을 육성’하기 위해 기획된 경기꿈의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협업하여 더불어 배우고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한 사업입니다.
인디고 서원은 경기꿈의학교에서 함께 나누어야 할 꿈의 의미에 대해서
인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짧은 강연을 하고 있는데요.
인디고 서원이 참여하는 14개의 도시 곳곳에서
각기 다른 열정을 느끼며 저희 역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편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안산의 이야기입니다.
안산교육지원청에 가기로 한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무슨 말로 강의를 시작할지 계속 고민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서두에 꺼내는 게 도리일지, 아니면 오히려 실례일지...
그런 생각을 반복하며 강의장으로 향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안산 설명회가 열리는 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보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당일이 되어서야 확인을 했고,
설마 그곳일까 했던 지명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너무 익숙한 이름이라 한 번에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길을 확인하기 위해 켠 지도앱은 강의장과 10분 거리에
단원고등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저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지하철 고잔역에 내리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역 앞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분들께서 장례를 치렀던 병원이 있었고,
조금 더 걸어가면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있는 안산시교육지원청이 나옵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라고 크게 써있는 그 건물이 없었다면
이곳에서 세월호 참사의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것에 괜히 더 마음이 아렸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일상이지만 그래서 더 아프게 느껴지는 도시.
그곳에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은
다름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2014년 4월 16일 그 아픈 날의 기억을 흐릿하게 갖고 사는 제가,
그 이후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제가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졌습니다.

도착한 단원고등학교 앞은 더욱더 조용했습니다.
수업시간이라 그러했겠지만
사람 목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학교 주변에서 10분을 서성였습니다.
앞으로 다가서기가 망설여진 것 역시
이곳까지 오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겨우 용기 내어 다가선 학교 교문 앞에는
분홍색의 의자가 마주 보고 놓여 있습니다.
그 의자에는 ‘행복하길’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곳이 ‘소생길’이라는 안내 팻말이 작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소중한 생명의 길’을 줄여 소생길이라 이름 붙인 이곳은
합동분향소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8개의 장소를 지나는
애도와 기억의 길이라 합니다.
다시 깨어나甦 살다生.
그 길은 분명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텐데,
저는 마치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304명의 사람들이
저에게 다시 깨어나 살라고 요청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깨어있어야 합니다.
잘 사는 것buying이 잘 사는 것living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오늘날,
결코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가장 고귀하고 근원적인 삶의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은 오로지 깨어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감각할 수 있는 능력,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
부조리한 일이 일어났다면 기꺼이 그를 시정하고자 하는
열정과 헌신을 갖는 등의 일을 뜻할 것입니다.
그것 없이는 인간적인 삶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례로 이를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안산까지 가는 길에서 만난 서울역의 부당해고 KTX 직원들,
고속버스터미널 역으로 가는 길에 지나쳤던 구의역,
단원고가 있는 안산뿐만 아니라 정말이지 많은 곳이
가난하고 비참한 우리 사회가 낸 상처로 얼룩졌습니다.

브라질 교육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는
“참된 선함은 이렇게 잘못된 자선을 필요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선한 마음을 왜곡하지 않게 하는 것,
서로에 대한 도움을 쓸모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신장시켜야 할 능력이고,
최대한으로 증대시켜야 할 인간이 가진 가능성입니다.
저의 부끄러움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실천입니다.
그를 통해 반드시 낙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외면하는 그 순간
어느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은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죽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깨어있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죽습니다.
인간이 타인의 삶에 귀 기울이고 손 내밀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이
다시 살아가는 것(소생)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저는 굳게 믿습니다.
낙관하지 않는다면 결코 희망은 없습니다.
세계은행 총재 김용은
지성의 비관주의와 의지의 낙관주의가 필요하다 얘기합니다.
잘못된 현실을 고발하지 않고서는,
그럼에도 그것이 바뀌어야만 한다는 낙관을 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2017년, 우리는 참 많은 일을 겪으며 조금씩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에 만족하기보다,
더 큰 희망을 꿈꾸는 일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희망만이 우리를 살아남게 할 것입니다.
인디고 서원이 2017년 기획했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12가지 삶의 기술’에서
마지막 12월의 가치가 “희망하기”인 이유를
저 역시도 이제야 새삼 깨닫습니다.
희망하는 삶을 사시길 기원합니다.
희망을 삶으로 증명하는 여러분이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입니다.
저와 〈인디고잉〉 편집진 역시 항상 깨어있고자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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