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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의 아포리즘(인디고잉 46호)-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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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4-02 19:06 조회2,0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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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박용준( 편집장)



 

 

 

 

 

 

 

 

 




 

“팽목항이라는 지옥의 공간에서 울부짖었던 부모들에게 제발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으니까.”
-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금요일엔 돌아오렴』 중에서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힘내세요”.
함부로 말하지 말라.
지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이들은
그저 침묵하라.
지긋지긋하니 이제 그만하라는 말부터,
희망을 가지라는 쉬운 말까지.
제발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

 

 

 

 

 

 

 

 





 


“교황님 오셨을 때 대전 미사를 갔는데 인순이 그분이 <거위의 꿈>을
노래하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노래가 됐어요.
<거위의 꿈>은 미래를 보는 건데 우리는 미래가 없잖아요.”
- 『금요일엔 돌아오렴』 중에서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가
이제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노래가 됐다는 한 엄마 앞에서
우리는 이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얄팍한 위로를 한다.
마트를 갈 때마다
주인이 힘내라는 말과 함께 건네는 박카스가 싫어서
멀리 돌아 다른 마트를 간다는 엄마 앞에서
우리는 박카스와 함께 힘내라는 하찮은 위로를 한다.
이 위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쩌다가 이런 날에만 오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니 자기들이 뭔데
나한테 그러나 싶고. 저한테 무책임한 말들을 하는 게 싫었어요. 힘내라는 말도 짜증났어요,
위로도 안 되고.”
- 『금요일엔 돌아오렴』 중에서


그래, 우리의 위로는 이토록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얕다.
함부로 내뱉는 말, 무책임한 말 따위가 있다면
책임지는 말이라는 것도 있을까?
말이 위로가 되고 책임을 다한다는 것.
그것은 오직 말한대로 무언가 이루어질 때다.
말 뿐인 모든 약속과 맹세는 또 하나의 폭력이다.

 

 

 

 

 

 

 

 

 







“애들이 그렇게 죽은 게 우리 부모 책임은 아니잖아요.
자식이니까 부모가 죄인이 되는 거지만 사실은 국가책임인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싫더라고요.”
- 『금요일엔 돌아오렴』 중에서

 

세월호 참사 1년.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도, 달라진 것도 없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국가의 책임이고,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사회의 구조를 바꾸고,
정치의 판을 바꾸어야 한다.
이도저도 못할 땐 그저 침묵하자.
침묵이 죄스럽게 느껴진다면 말은 말고
침묵 속에서 소매를 걷고 뭐라도 하자.

“변화는 장기간에 걸친 철저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의 노력이 작은 일들과 관련된 것이라고 해서
거대한 규모의 캠페인보다 가치가 작다고 생각하지 말자.
종종 가장 큰 의미를 지닌 것은 바로 그런 작은 것들이다.”
-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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