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들

[제80회] 김영미 선생님과 함께한 주제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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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0-21 13:48 조회2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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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세계를 위하여


이승준(14세)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그에 앞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 무장 단체가 단지 나와 생김새나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지요. 『평화학교』의 저자이신 김영미 PD님께서는 이 책에 전 세계의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님을 알아야 분쟁을 종식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가 악화되어 한반도에도 전쟁의 위협이 드리웠는데요. 고위급 회담으로 긴장상태는 해소되었지만 진정한 ‘평화’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한 가지씩 양보하면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무더위가 조용히 다가오던 7월 25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세계 분쟁 지역을 오가며 고통받는 아이들을 취재한 김영미 PD님을 모시고 제80회 주제와 변주를 열었습니다.

인디고 PD이신 선생님께서 『평화학교』를 쓰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영미 예전에 스위스로 취재를 간 적이 있었어요. 그날 스텝들이 묵을 수 있는 방이 없어서 학생들이 많은 게스트 하우스에 묵게 되었지요.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이 그 당시의 세계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어요. 그곳에는 한국 학생들도 있었는데, 저쪽에 그들만 따로 떨어져 앉아있는 거예요. 맥주를 마시면서 내일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제가 한국 학생들에게 가서 저쪽에 끼어보라고 이야기하니까, 그 친구들은 저런 얘기가 재미없대요. 공부하고 수능 보느라고 바빠서 여행 와서는 쉬고 싶다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어른들 잘못이잖아요. 어른들이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SKY 대학만 가라고 이야기했잖아요. 남의 나라 사정이나 국제뉴스에 대해서 배울 기회를 너무 안 준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우물 밖으로 나오면 어떤 세상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공교육에서 그런 교육이 안 되면 ‘엄마’가 해야겠구나. 그래서 엄마의 마음으로 책을 썼어요.
그리고 제가 아프가니스탄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이 한 사람을 총을 쏴 절벽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그때 그 사람이 저도 죽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거예요. 그 친구가 그러니까 저는 그 아이에게 왜 그 사람을 죽였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너 잠시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총 놓고 이리로 올래” 하니 “좋아요” 하며 총 놓고 쪼르르 왔어요. 왜 죽였느냐고 물어보니 그냥 재미로 죽였다고 했어요. 쟤가 죽으면 저 아이의 부모님이 슬퍼할 텐데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하고 물으니, “그러고보니 그러네”라고 대답했어요. 저는 그 아이의 행동이 교육을 못 받아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죽이면 범죄이고 총으로 쏘면 지구 상에서 한 사람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받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어릴 때 교육이 정말 필요하구나. 입시교육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평화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여러분은 어른이 아니고 아직 말랑말랑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수많은 가능성이 있어요. 이런 교육을 통해 지금 한국, 그리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다르게 여러분들의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특히 이 나라의 언론인으로서 제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그리고 엄마로서 여러분들을 위해 이 책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디고 『평화학교』에 평화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나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었습니다. 최근에 전 세계에서 전투나 도발, 테러가 자주 일어나면서 세계의 평화에 금이 가고 있는데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평화란 무엇인가요?

김영미 평화롭다는 것은 추상적으로 생각하면 뭔가 나를 공격하는 게 없고, 나 또한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이 없고, 그렇게 분쟁이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각자가 세상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요. 그러니까 내가 누군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등등의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남의 얘기를 들어줘야 해요.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남이 나에게 해주는 말을 잘 섞는 것이 평화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해요. 여러분들의 친구들 중에도 그런 친구 있죠? 그러면 서운하고 속상하잖아요. 그럴 때는 내가 하나 말하면 그 친구가 들어줬으면 하고, 친구가 한마디 하면 내가 들어주는 훈련을 하세요. 이런 훈련이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필요합니다. 그게 결국은 국가와 국가 간의 외교 관계와 똑같고, 큰 영향을 끼쳐요. 한 명이 말하면 들어줘야 하는 것처럼 테이블 위에서 말로 해결하면 되는데, 그걸 싸움으로 몰고 가고 있는 거예요.





















인디고 전쟁을 겪은 나라들은 그로 인해 대부분 가난해집니다. 그래서 가난과 질병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많이 생기는데, 선생님께서 전쟁 지역을 직접 다녀보셨을 때 피해자들에게는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보상이 더 필요한지, 아니면 정신적인 교육이 더 필요한지를 묻고 싶습니다.

김영미 항상 제가 취재를 다니다 보면 힘들고 처참한 모습들만 보잖아요. 그래서 항상 힘든 사람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영화를 보는 듯이 물러나서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 황폐한 모습이 죽어있는 모습이 될 수도 있고, 대량 학살이 될 수도 있고, 폭탄 테러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들을 그냥 기억하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다음 날에 취재를 못 해요. 그래서 항상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남수단은 대통령 파와 부통령 파로 분리되어 있는데요, 그 두 파가 한패가 되는 날도 있더라고요. 어느 날 UN이 일반 사람들에게 컨테이너에 필수품을 담아서 공항에 내려줬는데, 어느 한쪽에서 대통령 파가 총을 들고 몰려오더라고요. 그런데 반대편에서 부통령 파가 몰려와요. 그래서 저희는 뒤에서 찍고 있다가 이러다가는 두 패 사이에 끼이겠다, 해서 차를 뒤로 뺐거든요? 그런데 양쪽 사람들이 컨테이너에 모여서 물건을 사이좋게 약탈해 가는 거예요. 저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더라고요. (웃음) ‘이걸 어떻게 기사화해야 할까…’참 고민이 됐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물질 앞에서 꼼짝을 못해요. 그래서 물질로 도와준다는 건 굉장히 예민한 문제거든요. 국제 사회가 원조한 필수품을 군대처럼 이상한 곳에 써 버리니까 원조를 해도 국민이 굶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의 굶주림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국제 사회의 잘못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디고 『평화학교』에는 콜탄을 생산하는 콩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콜탄은 휴대폰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휴대폰을 적게 사용하면 콩고 아이들의 노동도 줄어들 거라고 하셨어요. 제 친구 중 몇몇이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데요, 정말 이런 노력 하나로 콩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김영미 저는 그런 친구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은데요? 우리가 휴대폰을 조금이라도 덜 바꾸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콩고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착취가 더 줄어들게 되잖아요. 그러면 휴대폰을 만들 때 사용되는 콜탄의 수를 줄이면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게 되는 거예요. 콩고 아이들은 휴대폰이 만들어지는 양만큼 콜탄을 생산하면 되는데, 휴대폰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광산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휴대폰의 수요만큼 더 일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에는 횃불까지 밝히고 한대요. 그래서 24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콜탄을 캐기 위해 어린이들까지 동원합니다. 콩고의 아이들이 바구니 하나 들고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라면 제 자식들을 그렇게 안 보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자식들이 그나이에 공기도 안 좋은 광산에 가서 손으로 돌 캐고 있으면 제가 엄마로서 가만히 있겠느냐고요. 다 똑같은 마음인 거예요. 그래서 웬만하면 휴대폰을 좀 더 오래, 귀찮더라도 좀 고쳐서라도 써서 콩고의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쉴 수 있으면 합니다. 그러니 휴대폰을 안 쓰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너희가 휴대폰을 안 씀으로 인해서 그 아이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든 거야”라고 말입니다.






















인디고
책을 읽다 보니 지도자의 의견 충돌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다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러면 이렇게 민간인이 피해를 보는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김영미 아직도 이집트에는 파라오와 노예의 관계가 존재하거든요. 그러다가 인터넷이 갑자기 전 세계에 들어오면서 ‘아랍의 봄’이 일어났었죠. 그전에는 사람 중 누구도 이런 관계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재 국가에서도 파라오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예요.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첫 번째로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고, 다른 누군가가 들어줘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제대로 된 지도자는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반영해줘야 하는데, 이집트처럼 문명 수준이 떨어지는 국가일수록 지도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요. 그러고는 국민과 자신을 끊임없이 분리하려고만 해요.
예를 들자면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되겠네요. 그런 독재자들은 국민의 복지를 신경 쓸 이유가 없어요. 자신들만의 부귀영화, 자신의 말대로 이루어지는 강력한 통치만을 원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민주 국가로 갈수록 다양한 사람들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서, 더 다양한 생각을 듣습니다. 이것은 명명백백한 거예요.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지만 오바마 마음대로 미국을 통제할 수는 없잖아요. 거긴 이미 민주주의가 정례화 되어서 의회를 통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은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상황인지, 여러분들이 지금 나오는 뉴스를 통해서 가늠을 한번 해보세요. 여러분들이 느끼는 대한민국의 민주 국가의 정도를 1부터 10까지 사이에서 매기세요. 여러분 개개인의 의견과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로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지, 어느 정도로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고 있으며, 어느 정도로 우리가 세상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도와주는지, 어떤 법과 제도를 통해서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지, 여러분들이 한 번 찾아보고 고민해 보세요. 엄마인 제가 답을 알려주는 것은 좋지 않아요. 왜냐하면, 학생들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할 권리가 있거든요. 그것은 선생님이나, 엄마들에게 존중받아야 해요. 사회에서 본인의 생각은 아주 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제가 이렇다고 주입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본인이 1부터 10까지 우리 국가에 얼마나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답인 것 같습니다.


인디고 선생님은 분쟁 지역을 다니는 PD님이시잖아요. 그런 곳에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PD님 앞에서 전투라도 벌어질 것 같은 기분때문에 무서울 것 같은데, 왜 하필이면 평화로운 지역도 아니고 언제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분쟁 지역을 취재하셨나요?

김영미 저는 말하는 사람보다 총 쏘는 사람을 더 많이 봐요. (웃음) 대화가 총으로 바로 나와요. 그런 곳이지만 제가 가려는 이유는 평화가 깨진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 사람들이 평화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과도 같아요. 어쨌든 누군가는 그 목에 방울을 달아야 고양이가 있다는 것을 알 거 아니에요.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나라도 가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래야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지식의 공백 상태가 없어지는 거예요. 어떤 언론인 한 명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다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많이 메워서 그 정보들을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고, 국민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권리가 있어요. 그 권리를 ‘알 권리’라고 해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저희 같은 직업은 어디라도 가야 하거든요. 메르스가 도는 상황에도 메르스에 걸린 환자를 인터뷰해야 하고, 지뢰가 바로 앞에 묻힌 상황에서도 지뢰 앞을 지나야 합니다. 그래야 하는 게 저의 직업이에요. 만약 못한다면, 이 직업을 하면 안 돼요. 그래서 기자는 나가서 자신의 임무, 즉 국민에게 세계의 상황을 전하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그 직업을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취재해야죠. 그래서 제가 항상 취재할 때
는 항상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죽지 않을 정도로 취재합니다. 제가 시리아를 취재할 때는 최대한 국경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든요. 제 트위터 계정의 IS 팔로워만 250명이에요.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애들만 300명가량 돼요. 그것만 봐도 다 알겠던데요? 인터뷰하자고 하면 스카이프 영상으로 얼마든지 인터뷰 가능해요.
제일 중요한 건 신경을 쓰면서 취재를 해야죠. 제가 은퇴시기를 65살로 잡았는데, 그때까지 무사히 취재하다가 취재 인생을 마감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그래도 기본적으로 안전 의식, 기본 의식은 가지고 행동할 거고요. 제가 정말 바라는 것은 여러분들 중에 저보다 더 뛰어난 분쟁 지역 취재 기자가 나오는 거예요. 이 책을 만들면서 저는 독자 중에 나보다 더 뛰어나게 취재해서 세상소식을 더 잘 전해주는 기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아니 나와야 한다고 믿었어요. 어떤 순간이 와서 제가 취재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자랑스럽고 싶어요. 제가 평생 돈과 명예가 아닌 소식을 전해주는 비둘기 역할을 하면서 소식을 전해주는 다큐멘터리 PD, 국제 문제 기자로 활동했던 것을 죽을 순간까지, 저는 당당하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어른들의 나쁘거나 잘못된 행동은 배우지 마시고, 앞으로 본인들이 살아갈 더 문명이 꽃피는 세상만 보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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