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들

[제81회] 안애경 선생님과 함께한 주제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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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0-21 14:05 조회3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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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소리 없는 질서

박진영(18세), 정다은(26세)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배우는 곳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만남과 소통의 장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는 장소라고만 생각해온 우리에게 『소리 없는 질서』의 이 구절은 아주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북유럽의 진정으로 행복한 교육을 통해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모두가 누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모습이 다시 우리나라의 교육을 생각하게 되었다. 부럽게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처럼 이곳에서도 진정한 교육을, 민주주의를 실현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직접 『소리 없는 질서』의 저자 안애경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청명한 9월의 저녁, 부산의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위해 흔쾌히 달려오신 안애경 선생님과 선생님을 보러 온 사람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밝았다.
안애경 선생님께서는 강의 시작 전 잔잔한 음악과 함께 북유럽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집 앞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숲이 우거져 있고 어떤 간판도 보이지는 않는 곳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아는 것 같은 모습. 익숙하게 이웃과 같이 살면서 느끼고 배려하는 부분들을 자연 속에서 접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강의를 시작하시기 전에 환히 켜져 있는 강의 장소의 조명을 몇 개 끄셨다.

“여러분 주변의 조명은 항상 이렇게 밝혀져 있나요? 스스로 절약하자는 의미도 있고, 이왕이면 다 보이는 것보다 반쯤 음영을 가지면서 보는 게 더 멋있잖아요. 그리고 누가 만들어 놓은 것에 들어가지 말고 우리, 내가 주도하여 내 입맛에 맞추어 살아보자고요.”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 것뿐인데도 선생님 말씀대로 더 멋있게 보였다. 분위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안애경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인디고 ‘소리 없는 질서’라는 제목이 궁금해요. 굳이 말하고 언급하지 않아도 지켜지지 않는 질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 책의 제목을 소리 없는 질서라고 지으셨는지,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소리 없는 질서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안애경 소리 지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 원래 있던 것이 소리 없는 질서예요. 북유럽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침묵이에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의 성향도 있지만, 북유럽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을 보고 아웅다웅하지 않고 다 같이 숲을 보고 살아요. 자연의 소리 없는 질서를 늘 보고 살지요. 그래서 감히 자연을 가꾼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소리 없는 사람들이 소리를 낼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회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입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가 다 뭉치죠. 산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지혜롭게 소리를 내요. ‘소리 없는 질서’에는 그 소리도 포함돼요. 함께 뭉쳐지는 소리.

인디고 저는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았어요. 처음에 선생님 집 앞의 산책길 사진을 보는데 사진 중에 나무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을 똑같이 따서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것이 나왔잖아요. 그때 ‘아, 저것이 진짜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디자이너로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요?

안애경 자연이라는 것은 아주 완벽한 디자인이에요. 우리가 감히 흉내 낼 수 없어요. 울퉁불퉁한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잖아요. 하지만 울퉁불퉁한 자연스러움을 우리가 과연 잘 지탱하고 있는가. 저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것을 인위적으로 다듬어 놓아요. 그 피해가 우리에게 옵니다. 지금 자연이 없어지게 되면서 사람이 숲을 바라보고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이 없어지고 있잖아요. 그러면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에 내가 이 사람하고 경쟁하려면 이 사람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아주 무서운 생각까지도 해버리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자연을 소중하게 가꿔야 하고, 나의 소유를 줄여서 다른 사람하고 나누어서 살고 공공적인 공간을 더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북유럽 사회에서는 그 마음이 세금을 많이 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자발적으로 그렇게 해요. 세금을 내서 나는 작은 집에서 살지만,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적인 시설을 만들어 내는 거죠.


인디고 책과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사진에서 북유럽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하는 장면이 나
옵니다. 그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과 달리 우리 학교에서도 미술, 체육, 실습 시간이 있는데 우리나라 학
생들은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아요. 같은 교육임에도 왜 다를까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애경 우리가 공부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왜 공부를 열심히 해요? 대학 진학이 도대체 뭔가요? 대학 안 가면 못사나요? 북유럽 아이들과 우리나라 아이들은 목적이 달라요. 북유럽 아이들에게 대학을 가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함께 배우고 즐기면서 자기의 인생을 생각합니다. 그 나잇대에 즐길 수 있는 경험, 호기심을 잘 살리며 놉니다. 그리고 최근에 한국에서 일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이 사는 모습이 너무 지루해 보이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람들이 다 다르게 생겼는데 어떻게 다 똑같은 태도를 할
수 있을까? 사진을 찍으면 다 똑같이 브이를 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이런 생각이 제 가슴을 쳤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얼굴이고 내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똑같아졌을까요?
생각해보니 교육이더라고요. 어떤 순간부터 우리의 교육이 한 곳으로 몰아가고 누가 다스리게 된 것 같아요. 북유럽 아이들은 어떠한 제약 없이 마음껏 첨벙거리고 싶다면 첨벙거리며 놉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첨벙거리면 거기에서 느껴지는 느낌도 있고 옷이 또 더러워지면 그것에서 오는 쾌감이 있고요. 자연스럽게 흙을 만지면서 흙속에서의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거죠. 유치원 아이들이 누구의 간섭 없이 뒹굴뒹굴하며 놀고요. 아이들이 겨울에 코 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겨울에 어떻게 코 흘리지 않고 살 수 있나요? 그러면서 그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온몸으로 그것을 터득하는 거죠. 제가 볼 때 북유럽 친구들은 아주 짧은 시간만 암기하는 공부를 하고 많은 시간은 노는 데 쓰는 거죠.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라 내 몸이 가는 대로 본능적으로. 그리고 주변에 얼마나 알고 싶은 게 많아요? 근데 왜 문 닫고 눈치 보고 그러나요? 그러지 말고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장 강조하는 건 자유에요. 마음껏 더 놀아야 해요.


























인디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틀에 들어가는 것에 익숙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런 우리나라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그 첫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안애경 우리나라에서 제가 아이들과 수업하며 가장 어려운 것은 선생님이 무엇을 하라고 하면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에요. 지금부터 자꾸 의문을 가져야 해요. 내가 어떤 것을 재밌어할까? 내가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문을 자꾸 갖는 것이죠. 시키는 것만 하는 건 자존심 상하잖아요. Learning by Doing! 그래서 집에서든 어디서든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예컨대 밥을 스스로 차려 먹는 것, 반찬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서 먹는 것. 별거 아니게 보이지만 스스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대단히 커요.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내가 스스로 하는 것에는 책임이 뒤따라요. 책임지는 것까지 배워야 하죠. 실수도 해보고요. 실수에 대한 용서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아이들이 다르게 산다고 해서 다르게 평가를 하는 사회인 것 같아요. 자꾸 통제하려고 하지요. 그건 어른들의 문제일 뿐, 아이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지요. 선생님과 학부모님과의 신뢰,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신뢰 말이지요. 북유럽 사람들은 서로 간의 신뢰와 너그러움이 있습니다. 서로 용서하고 실수를 받아주는 것이 통용되지요. 그래서 복지국가에서 돈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인간 사회를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돈이 많은 사람이 있는 사회가 따로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돈이 많은 그 사회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
일까를 먼저 생각하면 좋겠어요.


인디고 저는 학부모입니다. 선생님 강의가 저에겐 아주 희망적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도 느리겠지만 언젠가는 북유럽처럼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자유를 갈망해서 떠났다고 하셨는데요.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다들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떠날 수 있었던 용기가 무엇이었나요? 이 사회를 바꾸고 싶고 떠나고 싶어 들썩거리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안애경 저는 어린 시절 좀 엉뚱한 사람이어서 줄 서는 것에 잘 서지 않고 왜 줄을 서야 하나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반항아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저 같은 반항아를 봐주지 못하니까 어른들이 끊임없이 지적했어요. 뭘 잘하면 시기와 질투를 받았고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이면 질책을 받기도 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저의 기를 죽였어요. 그러면서 제 세계를 찾아가는 방황을 계속했어요. 그러던 중 나 자신을 알고 싶었기에 아무도 모르는 곳인 핀란드로 갔지요. 아무런 정보 없이 본능적으로 떠났지만,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사실 저를 찾아가는 이런 과정이 제가 오늘날 국제적인 일을 할 수 있고 겁 없이 뭔가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유를 찾아 떠났지만 그래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제가 떠나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핀란드에 갔기 때문에 이런 것이 아니라 원래 이런 모습이었어요. 다만 그들과 비슷한 나의 모습을 내가 발견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있다 보니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북유럽 디자인, 전시, 워크숍을 하고 있습니다. 배운 것을 나누는 활동은 북유럽 사람들에게 배운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 특히 예술가들이 사회를 위해 공헌하지요.
 한국에서의 봉사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자발적이고 책임 의식 있게 이루어집니다. 해결점은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북유럽이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사회가 객관화 되지 않아서 상술이나 정치적 세력에 귀가 엷어져 있고, 내가 하나 덜 먹어도 되는데 악착같이 남들과 똑같이 먹는 게
경쟁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얼마든지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변이 더러운데 왜 청소를 안 해요? 그렇게 하고 디자인을 말할 수 없어요. 저는 청소만 깨끗이 해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곳곳에 쌓여있는 것들 잘 넣어두고, 하나 쓰면 하나 꺼내고 이런 습관이 아주 멋진 우리의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안에 문제가 다 있어요. 그리고 해결점까지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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