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들

[제84회] 김영란 선생님과 함께한 주제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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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7-24 12:33 조회3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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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채우는
참여의 소중함


허민성(18세), 양재평(<인디고잉> 편집진)

5월의 끝자락, 해가 저물어가는 때에 김영란 선생님께서 인디고 서원에 오셨습니다. 먼 길을 오셨지만 김영란 선생님
께서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오신 듯 환한 얼굴을 하고 계셨지요. 김용택 시인이 쓴 「연애1」이라는 시에 있는 구절처럼 말이지요.

“해가 질 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

김영란 선생님께서는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를 쓰면서 많이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법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법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법에 관한 생각을 담고 있는 유명한 소설들을 활용해서 책을 쓰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물농장』, 『돈키호테』, 『로빈슨 크루소』 등 여러 문학 작품이 책에 나오지요. 강연을 마칠 때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건 두 가지예요. 첫째로 그 시대에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대한 사상가들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들이 애초에 위대한 사상을 설파하려고 쓴 게 전혀 아니에요. 지금 내 앞에 닥친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위대한 사상이 나왔어요. 여러분도 우리 사회가 현재 부닥치고 있는 문제를 붙들고서 깊이 천착한다면 몽테스키외나 로크처럼 위대한 사상가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거예요. 둘째는 참여하지 않는다면 법치주의나 민주주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그것은 빈 그릇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여러분의 생각이 담기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무슨 생각을 어떻게 담아서 어떻게 사회를 굴러가게 만들 것인가라는 게 청소년 여러분의 과제인 것이죠. 그 두 가지 얘기를 하기 위해서 제가 이 책을 썼습니다.”

여러분도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를 읽으며 이 두 가지를 잘 배웠지요? 그렇다면 이제 청소년들과 김영란 선생님이 나눈 대화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인디고 선생님께서는 책에서 여러 문학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셨습니다. 이처럼 많은 문학 작품을 알고 계신 게 놀라웠는데요. 그래서인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판결을 많이 내리신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문학 작품을 읽는 것과 정의로운 마음을 갖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영란 마사 누스바움이 쓴 『시적 정의』라는 책의 주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법으로 판단할 때 문학적 상상력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다룬 책인데요. 인간에게는 원래 남에게 공감하는 성품이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그 주인공이 악인이든 선인이든 가리지 않고 그 주인공에 공감을 한다는 거죠. 예컨대, 카뮈가 쓴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 뫼르소를 보면서, ‘그는 왜 살인을 하게 되었을까? 나 같으면 이럴 때 이렇게 했을 것인데’라고 생각하는 거죠.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온전히 공감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비판적으로 생각을 하는 훈련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걸 잘하는 사람이 훌륭한 법률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마사 누스바움이 했습니다. 저도 소설을 많이 읽어서 훌륭한 법률가가 된 것이 아닐까요?(웃음) 농담입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게 법률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디고 대법관님께서 시민들이 정치와 법에 참여하지 않으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빈 그릇과도 다름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저 같은 청소년들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영란 제가 이 책 마지막에서 심의민주주의를 강조했어요. 민주주의는 엘리트나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심의민주주의를 하려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꼼꼼히 읽고 그 사람들이 내놓는 증거들도 다 살펴본 후에 결정해야 해요. 양쪽 주장을 다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죠. 여러 상대방의 생각을 끝까지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고 동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생각이 뭐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까지 정확히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제도적으로는 별로 보장된 게 없지만, 요즘에는 사회 현안에 대해서 댓글을 많이 달고 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예전보다 매우 많아졌습니다. 심의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비슷한 또래 학생들이나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토론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 사람의 의견만 듣는 게 아니라 그 근거까지 듣고자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참여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있는 문제에서 시작해서 토론해나가세요. 내가 이긴다거나 성과를 낸다기보다 서로 토론해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그렇게 가까이서부터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디고 법에 대해 빠짐없이 듣는 내용 중 하나가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건데요. 법이 이기적인 인간들을 정의롭게 만들어주는 수단 중 하나라고 인정되기 때문에 현대에서 법이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아이언맨이 수트를 계속 확대하고 개발해도 그 속에 있는 사람이 진짜 아이언맨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법이 점점 확대되는 사회에서 법을 만드는 인간이 정말로 올바르게 성숙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김영란 제가 책에서 맨 마지막에 몽테스키외가 쓴 『페르시아인의 편지』를 소개했듯이 최소한의 법이 이거라고 만들어놓으면, ‘그것만 지키면 되고 그 이상은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정말로 인간이 무엇을 지켜야 하고,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수트를 입었다고 강력한 아이언맨이 아니듯이, 법은 도구이고 그릇일 뿐이니까요.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인간이 이렇게 많은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많은 지성을 갖춘 시대가 없었는데도 세상 살기는 왜 이렇게 점점 더 힘들어지는가라는 생각을 해봐야 되는 거죠. 

인디고 선생님은 왜 대법관이 되셨나요? 

김영란 제일 어려운 질문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법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사실 제가 법과 대학에 들어갈 때는 한해 법과대학 입학생 중에 여학생이 한 명 있거나 없거나 하는 시절이었어요.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여자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에 제한이 많았죠. 열심히하면 될 수 있는 것 중에 학교 선생님이 가장 좋은 직업이었고, 일반 은행이나 회사 같은 데는 결혼하면 다 퇴직해야 하는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뭔가 확실한 직업을 갖고 싶었고, 그러려면 전문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실망스럽게도 그게 제 목표였고요. 직업을 가진 이상 열심히 노력을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 적성을 찾는다는 게 참 어렵잖아요. 적성이라는 게 딱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에요. 저도 책 읽고 글 쓰는 게 적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적성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융합이 돼서 이 직업을 30년쯤 지켜온 것 같아요. 출발할 때는 그다지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출발했지만요. 

인디고 자유학기제는 청소년들이 토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작년에 저희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했었는데요. 그게 정말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름만 시험에서 수행평가로 바뀌었을 뿐이지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똑같은 방식으로 평가하고 성적을 내고 있어서, 저는 우리 교육제도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데요. 이런 것들을 바꾸려고 소리를 내도 저 같은 청소년은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잘 들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저희가 어떻게 해야 지금의 교육제도를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영란 저도 딸 둘을 키웠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교육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제도를 자꾸 손대잖아요.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어야하는지를 잘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나아가야하는 것이 교육인데요. 교육을 받는 당사자 여러분에게 뭐라고 뚜렷하게 답을 줄 수는 없지만 그런 목소리를 계속 내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교육 현장에서 이런 목소리가 많이 나와서 교육 책임자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은 교육의 목적과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공부를 해서 어떻게 써먹을 것인지, 즉 교육의 방향을 철저하게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선택권 없이 주어진 걸 따라야하죠. 이런 식의 우리 교육 방향 자체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하고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우리 교육이 지금 이런 상태로 계속 가는 게 옳은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가 암기하는 이런 지식들은 핸드폰만 보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되는지에 대해서 선생님들과 여러분이 열심히 토론하길 바라고, 이런 문제점을 많이 알리고 바꿔야 할 것은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게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인디고 저는 작년 자유학기제에 참여해봤습니다. 자유학기제의 의의는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기 위해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주자는 겁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으로 저는 꿈을 찾기는커녕 꿈에 관한 경험도 얻지 못했습니다. 제 신념은 거짓 없이 솔직하게 살자는 것이어서 진로 활동지에‘꿈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활동에서 꿈이란 게 무엇인지 더 혼란이 왔다’라고 썼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저랑 상담을 하자고 해주길 내심 바랐지만 학교에서는 꿈을 찾았다고 말하고 계획을 세운 학생들에게 상을 주었고, 제 의견은 무참히 무시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참된 학생이 되기 위해서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활동에 거짓으로라도 열심히 참여해야 할까요, 아니면 제 신념을 지켜서 교장선생님께 ‘이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내야 할까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건지 조언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김영란 기성세대에서 만들어놓은 시스템 같은 게 정직하게 운영이 안 되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 수도 있어요. 여기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일률적으로 이렇게 하라거나 저렇게 하라고 할 순 없는 문제예요. 어떤 태도를 취했는데‘그래, 정말 너 훌륭하고 비판적 관점이 뛰어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대부분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버리기 십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짜 내 주장을 해서 바꿔보겠다’고 한 사람들이 정말 위대한 사람들입니다.
어느 날 다산 정약용이 어떤 고을에 원님이 되어서 내려가는데 어떤 사람이 가로막고 서는 거예요. ‘이러이러한 거를 방치해두는 관리들은 도대체 뭐하는 관리들인가’라고 장문의 비판서를 써서 가지고 왔어요. 그래서 신하들이 막으니까. 정약용이 ‘바로 저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더 발전해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다해서 대하고 잘 모셔라’라고 한 사례가 나옵니다. 제가 무슨 선택을 하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정말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있고,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열심히 공부해보겠다는 태도를 취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건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모든 기성 제도가 다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학생이 느낀 그런 마음은 정말 제대로 된 시각이고 비판적으로 잘 보신 거라고 믿습니다만,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이 기성세대가 되는 것이지요. 

인디고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성공하는 데 아주 불리한데 선생님께서는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여성이 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혹시 선생님께서는 대법관으로 일하시면서 차별을 받은 경험은 없으셨나요? 

김영란 좋은 질문인데요. 우리도 국무위원 중 절반은 당연히 여성으로 해야죠. 왜 안하는 거예요? 우선 제가 차별을 받은 적은 없는지 물으셨는데 물론 법원에서 눈에 띄는 차별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기구에 얼마나 여성이 들어있느냐에 따라 여성정책이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제가 대법관이 되고 나서 변한 것들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여성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는 게 정말 필요하고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대법관이 총 12명 인데, 그때 여성이 저 혼자 있다가 나중에 한 분 더 들어오셔서 2명이 됐어요. 어느 대법관님이 계속 농담처럼 얘기하시는 거예요. 법원 전체 비율을 보면 여성이 아직 6분의 1이 안됐는데 대법관에 여성이 2명인 것은 너무 많지 않느냐고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 했습니다. ‘만약에 법원에서 여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여성을 적극적으로 뽑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그 많은 여성이 전체 조직에서 하위집단을 구성한다고 생각하고 여자들이 많아져서 우리 조직에 질이 떨어졌다고 말할 거 아니냐.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우수한 여성을 뽑아서 더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교육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우리 전체 조직에 질이 떨어진다고 하고만 있을 것이냐’라고요.
저는 남성과 여성이 몇 명인지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게 권위주의적인 의식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여성들 중에도 그런 게 있지만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더 대우받고, 부모님들이 아들을 더 대우하고 더 기대하는 분위기, 남성에게 더 많은 권위를 부여해주는 분위기. 그래서 여자들에게 정책결정을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 이런 식의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팽배하다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게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디고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갔다 온 이들에 한해서 공무원 시험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요. 저는 2년 동안 시간 공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합당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주위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공무원 시험은 0.1점처럼 아주 근소한 차이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 제도에 대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영란 그 제도는 평등권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어요. 지금은 시행을 하지 않고 있는데, 끊임없이 시행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요. 군대를 다녀온 당사자와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굉장히 흥분하고 있어요. 그 중요한 시기에 남자들은 군대를 가는데, 그 사이에 여자들이 열심히 공부를 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이렇게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왜 여자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입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데 가서는 정당한 평가를 못 받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 몰입합니다. 다른 데에서도 정당하게 여성들 몫을 인정해주면 남자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더 수월해질 것인데요. 매년 새로운 판사 중 절반 정도는 여성인 만큼 여성 판사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공부 잘하는 여성들은 대다수가 법조인이 되지만 남성들은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제가 숨어있고요.
군대를 가서 젊은 시절에 공부를 못하는 것에 대해 저도 충분히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대우하는 방식이 꼭 가산점 방식이 옳은가라는 의문이 들죠. 공무원 시험에만 혜택을 보는 것이거든요. 회사도 있고 진로는 다양하기 때문에 군필자들이 모두 공무원 시험만 보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를 생각해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절대 생각하지 않고 공무원 가산점만 주고 말려는 생각이 거기에는 또 깔려있습니다.
그 다음에 미국에서 인종 차별, 성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정기간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많이 도입했어요. 예컨대 법과대학 입학시험에서 흑인 여성과 백인 남성의 성적이 서로 비슷하면, 백인 남성은 합격을 못합니다. 그래서 백인 남성이 소송을 했어요. ‘아니 내 성적이 더 좋은데 왜 흑인 여성이 합격하느냐. 이건 역차별이다.’라고 주장한 거죠. 그렇지만 그 흑인 여성을 뽑은 이유가 법과대학에 다양성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괜찮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어요. 그냥 계속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주는 걸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디고 젊은 사람들이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법을 공부해서 법조인이 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사회운동가가 되는 것 같은 다른 방법을 통해서 사회 변화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영란 제 생각에 법률가가 되는 것이 원래는 그렇게 효율적인 길은 아닌 것 같아요. 사회운동을 한다든지 사람들에게 직접 뛰어 들어가서 사회를 바꾸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조금 상황이 다를 수 있겠어요. 한국에서는 법률을 공부하고 입법부에 가서 필요한 것을 법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직은 효율적입니다. 사법부에 가서 판사가 되거나 검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생각에 법률을 공부해서 법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길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전부 다 더 나은 사회,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질문을 들어보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너무 반갑고 좋습니다. 젊은이들이 자기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너무 급한데 여러분은 한발 짝 나가서 조금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우리 사회에 많은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더 많이 그런 생각을 추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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