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들

[제85회] 이한음 선생님과 함께한 주제와 변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10-20 15:55 조회292회 댓글0건

본문

지구 온난화 정설에 딴지걸기


이소정(14세)


길 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혹시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이며,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가 왜 뜨거워지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기후문제가 가진 특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실 기후는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거나 우리의 일상을 단숨에 바꿔놓지 않습니다. 전 지구적인 문제일수록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광범위한 영향에 비해 중요성이 과소평가됩니다. 또, 기후자료는 용어가 어려워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료를 보고 연구하더라도 미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심각해지겠지만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기후문제를 묻어두곤 합니다.

이한음 선생님은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고자 하셨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라면 왜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고 하셨죠. 논쟁 끝에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 의미 있다고 합니다. 증거를 토대로 한 이성적인 논의를 통해서만 현상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논쟁지점은 무엇인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

인디고 어떤 사실에 대해 다수와 다른 견해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과학적 현상의 경우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그럴듯한 결론을 내리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것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구 온난화도 그런 문제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은 나쁜 일이다’라고 막연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의 내용은 그 믿음을 거스르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모두가 지구 온난화를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어떻게 다른 면들을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한음 어떠한 현상에 결론을 내리기보다 과정을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결론만 보고 “온난화가 일어난다”고 하면 거꾸로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사례가 많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예컨대 가뭄이 계속되던 지역에 온난화의 영향으로 갑자기 비가 오는 상황을 가정해보죠. 그럼 그쪽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가 좋은 것이 아니냐고 물을 텐데, 뭐라고 답변하겠어요? 이렇게 단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럴 때 근거를 제시하면서 “지구 전체를 보면 안 좋다. 한 지역에서 보면 좋은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만큼 전 세계의 식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모든 도시가 물에 잠기면 전 세계에서 나는 모든 물품에 의존하게 된다. 전염병이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세계 전체에 위기감이 닥칠 수 있다. 어느 한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구 온난화를 절대적으로 옹호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좋겠죠. 우리는 결과만 이야기하니까 근거를 따지고 논의하고 논쟁하면서 알아가는 과정이 특히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에만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보고, 남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때로는 사막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면서 좀 더 문제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인디고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지점에 저도 공감합니다. 우리가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게 된 건 환경문제에 관심이 저조하기도 하지만, 익숙히 들은 것을 잘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일상 속에서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을까요?  

이한음 과학은 기본적으로 ‘나는 모른다’를 전제로 합니다. ‘난 이것을 모른다. 관찰하고 실험해서 알아보겠다’는 태도를 전제해야 생산성 있는 논쟁이 가능하죠. 옳고 그르다는 관점에서 보면 평생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어요. 그럴 땐 근거를 찾아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유용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은 그런 관점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파헤쳐본 책입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중요한 건 누구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거죠. 예전에는 가해자를 골라내기가 쉬웠어요.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제외한 선진국은 몇 군데 안 되었거든요. 그때는 미국, 일본, 유럽, 캐나다와 같은 나라들을 욕하면 됐어요. 지금 그런 상황이 바뀐 거죠. 모든 나라가 점점 온실가스배출에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이처럼 누구나 가해자고 피해자인 상황에서 논쟁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들려면 선악의 대립으로 가지 않고 근거를 찾는 과정을 통해 현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르게 보자면 논쟁을 통해 인류 자체가 발전의 계기를 맞는, 시각의 전환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이모저모 따져보기


인디고 어떤 학자들이 인간이 유인원에서 진화했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보면 인간이 아직 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더워지면 인간은 거기에 맞춰 진화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유익한 면이 더 많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한음 진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류가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한 게 20만 년 전이라고 보는데요. 보통 한 종이 진화해서 죽는 기간이 짧으면 50만 년, 길면 200만 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진화를 이룰 만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인류가 미처 진화하기도 전에, 지구 온난화로 끔찍한 미래를 맞이하는 거죠. 100년 하고 200만 년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100년의 짧은 기간에 인류가 진화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지구 온난화가 다가오는 눈앞의 100년, 50년이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디고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여 연료랑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선진국은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연료들을 많이 사용했는데 지금 개발하고 있는 나라들은 충분히 발전하기도 전에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이것이 공평한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한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파리기후협정도 그랬죠. 국가마다 상황을 따져 목표치를 정합니다. 저개발국 같은 경우는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점차적으로 줄여가도록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그게 과연 지금 효과가 있는가 하는 지점입니다. 단적으로 예를 들어 중국은 미국보다 경제개발이 늦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동안 배출을 더 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저개발국 안에서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구 전체가 위기라는 걸 그들도 알기 때문이죠. 그런 식으로 자국의 이해관계만 따지면 지구 전체가 끝장날 수 있는 지경이 온다는 걸 압니다. 그런 미래 예측 때문에 자국의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도 자국의 이익이냐, 지구 전체의 이익이냐를 따지면서 좀 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과정입니다. 합리적인 해결책이 앞으로 또 무엇이 될지는 모릅니다. 다만 위기를 느낄수록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으면서 내 이익을 좀 더 억제하고 전체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두고 지구촌이 되어가는 거죠. 지금 상황을 보세요. 중국은 억울하다는 태도를 계속 취해왔지만 사실 중국이 전기차를 제일 많이 쓰고 있잖아요.


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기


인디고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가 굉장히 다각적입니다, 예를 들어 토양, 대기, 수질 각각 여러 문제가 있죠. 저는 여기에 대응하는 시민들의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미세먼지가 문제라면 이것이 어디부터 시작됐고,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요. 오히려 공기청정기를 사들이는 등 혼자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합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기후문제를 대하는 시민들이 무언가 함께 모색해보기 위해서는 어떤 구심점이 필요할까요? 

이한음 사실 미세먼지는 정책의 실패 사례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요. 10년 전만 해도 미세먼지 대책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버스를 다 천연가스 버스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 대책이 다 뒤바뀌었습니다. 그게 계속됐다면 당시에는 시외버스였지만 점점 범위가 확산해서 지금처럼 미세먼지가 문제될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책이 뒤바뀌며 경유차가 갑자기 늘어나는 바람에 심해진 것도 있어요. 환경 정책이 국민의 의식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국민이 ‘이건 아니다!’하고 강력하게 이야기했으면 상황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죠. 환경문제도 유행을 탑니다. 어느 순간 환경문제가 우리에게 윤리의식을 강요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경우 시간이 좀 지나면 피곤해져요. 환경문제는 특히 그게 심해요. 어느 순간에는 산성비가 문제가 되고, 오존층이 문제가 되죠. 우리의 윤리의식을 피곤하게 만드는 면이 있기에 이슈가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요. 정책의 일관성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고요. 미세먼지 대책이 대표적인 사례죠. 한때 거의 해결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 정책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당시 전 세계적인 흐름의 문제이기도 하죠. 경유차가 좋고 깨끗하다는 왜곡된 지식을 수집했으니까요.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했습니다.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인디고 지구 온난화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가깝게는 우리 주변 생태계에 변화가 생길 텐데요. 온난화 해결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방법도 천차만별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문명이라는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까요, 자연이라는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까요? 

이한음 저는 가끔 등산을 가는데요, 산에 가면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소나무도 죽고 참나무도 죽고 이런저런 병균 때문에 점점 우리 자연이 바뀌고 있어요.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생태계의 경계선이 점점 올라가고 있어요. 침엽수렵, 소나무 같은 것들이 다 죽어가고 소백산에는 주목숲이 있는데, 아마 그것도 50년 안에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부분 아열대식물로 바뀌고 있죠, 이것을 과연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될까요? 우리가 온난화를 인간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데,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도 엄청나게 피해를 보고 있죠. 그 피해는 우리는 느낄 수 없는 겁니다, 인류가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때 돌아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자연, 특히 식물이란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기후에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런 걸 생각하면 우리뿐 아니라 자연계 전체에 엄청나게 피해를 주는 거죠.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양서류는 전멸하지 않을까요? 그런 걸 따지면 우리는 온난화를 더 깊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니까 얼마나 큰 피해를 볼지에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인디고 저희 같은 청소년들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금을 들여 주택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일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선택권조차 없습니다. 환경단체를 만들어 사람들을 이끌거나 설득하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그 이유는 저희가 아직 어리기 때문인데요. 사소하게나마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참여할 방법이 있을까요? 

이한음 행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개개인이 환경을 생각하는 사고방식,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고과정을 배우고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우리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때로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잖아요? 산에 컵을 들고 갔는데 쓰레기통이 없는 상황을 가정해보죠. 그래도 계속 들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갈등을 겪기 마련입니다. 어떤 원칙을 세우고 있어도 말이죠. 원칙은 어느 순간 어길 수 있지만, 사고습관을 들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뿐 아니라 환경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떤 사고방식을 적용할지 나름대로 경험과 습관을 들이셔야 합니다. 이 책을 쓴 이유도 그런 연습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은 원래 청소년 대상이 아닌 일반 교양서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구 온난화 논쟁이란 것은 어른보다 청소년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른들은 논쟁을 떠나서 온난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반면 청소년 여러분께는 대책을 수립하는 데 어떤 논리와 자료와 과정이 있었는지를 먼저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논의를 통해 여러분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올바른 대안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