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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 이고잉 선생님과 함께한 주제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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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6-17 23:36 조회2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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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가장 행복한 상태로 코딩하라

윤한결(인디고잉 편집진)

 

요즘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3D 프린터와 사물인터넷이 가능하게 할 디지털 신세계가 멀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급격하게 불어 닥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지고 말 것이라는 불안도 함께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이 강조되는 추세다. 영국과 일본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정규교과과정에 코딩교육이 포함되었고, 미국은 컴퓨팅 사고력을 교육할 교육자를 100만 명 양성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의 소프트웨어교육을 의무화한다고 한다. 벌써 주변에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이 몇 개나 생긴 것도 눈에 띈다.
 2017년 4월 9일, 프로그래머 이고잉 선생님과 함께한 제88회 주제와 변주가 열렸다. 코딩교육에 대한 이러한 최근의 관심 때문일까, 봄 한가운데의 조금은 나른했던 공기가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주제와 변주 행사에 참여했다. 중학교 1, 2학년의 어린 학생들부터 그 아이들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중・장년의 어른들까지 연령대도 폭이 넓었다. 이고잉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도 같이 와서 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미리 말씀하셨는데, 그대로 된 것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코딩교육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몰라 혼란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은 것에 대한 선생님의 배려였다. 이고잉 선생님의 짧은 소개와 강의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노트북을 큰 화면에 연결하여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코딩을 직접 시연하면서 강의가 진행되었는데, 메모장에 몇 가지 단순한 문자 명령어로 작성된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웹페이지 화면에서 구현될 때마다 참여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매일 클릭하며 탐험하던 인터넷 세계지만,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속살을 들여다보니 단순한 페이지마저도 신비로운 느낌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압권은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1991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그는 당시에는 조금 엉뚱했던 궁리 끝에 우리가 아는 웹페이지를 처음 발명한다. 그전에도 인터넷은 있었지만, 극소수의 전문가나 군사용으로 쓰이던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월드와이드웹의 발명 덕분에 누구도 보편화한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등 잘 알려진 IT 영웅에 비해 팀 버너스 리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가 인류에 공헌한 바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특히 그가 처음 만든 세계 최초의 웹페이지를 방문했을 때는(비록 최근의 화려한 웹페이지들에 비해 흰 바탕에 글자만 있는 초라한 장소였지만) 마치 성지순례를 온 느낌마저 들었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이고잉 선생님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특별했다. 원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던 선생님은 우연한 계기로 같은 과 학생들이 습작품을 올려 서로 나눠볼 수 있도록 웹페이지를 만들어주었다. 그러면서 독학으로 처음 배운 프로그래밍에 매력을 느껴 결국 직업으로 정하기에 이른다. 그 후 수년 간 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던 선생님은 일반인에게 프로그래밍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생활코딩’이라는 이름으로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작한 강의가 많아질수록 그것을 담아 효과적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할 ‘그릇’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이에 직접 간단한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가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오픈튜토리얼스’의 전신이다. 현재 이고잉 선생님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비영리 법인 오픈튜토리얼스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급격하게 불어닥치는 변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래가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는 그 기술을 어느 정도로 발전시키고 어떻게 제어할지 결정하는 인간에게 달렸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발달이 인간의 탐욕을 충족하고 권력적 지배를 더 강력하게 고착하는 데 이용될지, 아니면 인류 보편의 인권과 복지를 향상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윤리적 고민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컴퓨터 기술과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또 다시 지나친 산업적 경쟁논리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재밌는 컴퓨터 수업이라도 그것 또한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또 다른 짐이 늘 뿐이다.
 그런 면에서 프로그래밍에 순수한 즐거움을 느껴 그것을 업으로 결정했고, 또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고잉 선생님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이번 주제와 변주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전해진 것도 코딩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즐겁고 호기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 탐구하고 알리며 살아가는 이고잉 선생님의 태도에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에게 코딩 교육만큼 시급한 것은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태도를 세팅하는 내 삶의 프로그래밍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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