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들

[제89회] 이태용 선생님과 함께한 주제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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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19 14:50 조회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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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말 걸어보기  

 

정리

최은수(16세)

 

 

여러분은 식물을 좋아하시나요? 예전에는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집이 많았던 것 같았는데, 요즘은 베란다가 없는 집이 많아서 그런지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식물을 기르는 친구나 베란다에 놓인 식물을 만나면 괜히 반갑습니다. 그만큼 반려식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요.

『식물 읽어주는 아빠』는 우리가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식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원예식물이 갖고 있는 이야기, 원예식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들이야말로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을 엮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학교에서, 동네에서, 여행을 다니면서 맡았던

풀 향과 나무 향이 나는 듯했습니다. 식물은 사람뿐만 아니라 이 생태계와 저를 연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향기로운 풀냄새가 가득한 7월,『식물 읽어주는 아빠』의 저자 이태용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정한 아빠 같은 모습으로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시면서 주제와 변주를 시작하셨습니다. 싸움소의 세계에서 소들은 모두 싸움을 잘 하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페르디난드는 꽃을 좋아하는 소입니다. 이태용 선생님은 이 주인공을 보면서 선생님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태용 제 직업은 특별한 이름이 없어요. 저는 어른과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식물 삼는 일을 한답니다. 어쩌다가 이 일을 하게 되었으나 하면 저는 어릴 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문과를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랑 아버지가 취직하려면 이과를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반항하지 않고 이과에 갔어요. 이과 중에 공대와 의대를 빼고 가장 취직이 잘되는 과가 화학이라고 해서 화학과에 들어갔어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출판사에 취직하려고 하니까 전공제한이 있는 거예요. 이과인 화학과를 나온 저는 취직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처음에 저는 종이공장에 취직했어요. 6개월 남짓 하고 나서 한 출판사에서 자연계 직원을 채용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서 어린이 책 만드는 일을 10년 정도 했지요.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에 가서 어린이책 공부를 하며 원예전문학교에 들어갔어요. 공부해보니 식물과 함께한 삶이 정말 행복한 거예요. 이걸 청소년기나 어린이 때 배우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서 그림책을 읽어주며 식물 심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는 옛날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이 더 의미 있었던 때는 제가 일본에서 돌아와서 아이들과 식물 심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였어요. 남자 어른이라면 넥타이를 매고 회사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일본에서 돌아오니까 아무 데도 저를 안 불러주는 거예요. 그래서 백수가 되었어요. 평일에 계속 집에 있는데 마치 제가 낙오된 것 같았어요. 제 또래의 다른 아빠들은 전부 페르디난드 책에 나오는 황소처럼 일하고 있는데 저는 혼자 내 의지와 관계없이 코르크나무 아래 앉아서 꽃향기를 맡고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부끄러웠는데 이 책을 보고는 ‘아, 나도 페르디난드 같은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페르디난드에게서 용기도 얻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지금도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지만 친구 같다는 생각을 해요.

 

 

선생님께서는 『비밀의 화원』속의 정원과 우리에게 친근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식물을 말씀해주시면서 원예 이야기를 더 이어가셨습니다. 원예가 사람들에게 아주 오래된 취미이며 사람과 식물이 오랫동안 함께했다는 것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태용 원예園藝의 한자를 풀어볼까요? 원은 사각형으로 되어있는 사방이 둘러싸인 땅이라는 뜻입니다. 예는 예술 할 때 예이죠. 다시 말해서 일정한 공간 안에서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원예입니다. 서양에서 수도사들이 수도원 안에 약이나 먹거리로 쓸 식물을 기른 것이 원예의 시작입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중에 ‘스카버러 페어Scarborough Fair'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스카버러는 18세기 영국의 시장입니다. 노랫말은 이 시장에서 한 여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근데 여기에는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앤 타임‘이라는 가사가 계속 반복됩니다. 이 네 식물은 중세 유럽에서 많이 가꾸던 허브이죠. 내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왜 갑자기 허브 이름이 나열될까? 이 허브 이름에 뜻이 있기 때문에 이 노랫말이 반복된답니다. 파슬리는 영적인 무언가를 말하구요. 세이지는 몇 천 년 동안 꽃이 지속한다고 해서 영원함을 뜻합니다. 로즈마리는 사랑을 뜻합니다. 타임은 용기의 상징입니다. 4개의 허브 이름이 나열되는 이 가사는 그 여인을 정말 사랑한다는 의미이지요.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사랑했던 원예 이야기를 들으니 선생님이 책에서 소개해주셨던 식물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어서 선생님은 ‘스카버러 페어’ 노래에 나오는 허브처럼 식물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태용 튤립 알뿌리가 얼마인지 아시나요? 꽃시장에서 사면 가장 싼 것이 500원입니다. 그런데 300여 년 전, 네덜란드에서 얼룩무늬 튤립의 알뿌리가격은 집 한 채 값이었다고 합니다. 알뿌리는 꽃이 시들고 나서 여름잠이나 겨울잠을 자고 나서 새로운 꽃을 피웁니다. 이 알뿌리를 잘 키우면 옆에 새끼가 열립니다. 만일 내가 집 한 채 값을 주고 얼룩무늬 튤립의 알뿌리를 사서 잘 키우면 이것을 팔 수 있어요. 그 당시 네덜란드에서 이 얼룩무늬 알뿌리는 투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알뿌리가 병에 걸려서 얼룩무늬 튤립을 피운 거랍니다. 병에 걸린 알뿌리를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샀다니,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요?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여러분이 학원을 많이 다니고 하는 것도 이 알뿌리를 투기하는 현상일지도 몰라요. 지금은 정상인 일일지 몰라도 나중은 아닐 수 있지요. 식물을 보면서 저는 이런 것을 생각합니다. 저의 책은 이런 생각으로부터 썼습니다.

 

 

이태용 선생님의 닉네임인 그린핑거(초록 손가락)는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이 닮고 싶은 그린핑거를 소개하시며 이 자리를 마치셨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 전문서를 쓴 강위안이라는 사람입니다. 강위안은 책에서 17가지 식물과 그들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하며, 식물의 성질과 사람의 성질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도 소개하셨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나온 인생이 커다란 세 단계로 보이는 것 같았다. 첫 번째는 나르치스에 의존하고 또 그에게서 벗어났던 시절, 두 번째는 자유를 누리고 방황했던 시절, 그리고 다시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 성숙과 수확이 시작되는 시절.”

헤르만 헤세는 수도원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정원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특히 헤세는 이사를 가면 그곳의 정원을 가꾸고 그에 대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병갈이라는 사람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미국 사람인데 우리나라에 귀화하여 한국 최초 사립수목원을 세운 사람입니다. 충남 태안의 헐벗은 산을 아름답게 가꾸어 천리포수목원을 만드신 분입니다. 이태용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그린핑거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식물과 정원을 사랑하고 그 식물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태용 선생님의 책에서 “아이들은 작은 식물을 심고 키우는 과정을 통해 자기 이외의 또 다른 생명과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식물은 말이 없습니다. 물이 부족하든 넘치든, 햇빛이 부족하든 넘치든 그저 말없이 모습을 보여 줄 뿐입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관심과 관찰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식물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서서히 세상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식물을 통해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고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식물이지만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다양합니다. 이태용 선생님과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주제와 변주에 참여한 분들과 선생님은 인디고 서원 뒷마당에서 직접 식물을 심어보았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식물을 심으니 그들과 더 깊게 교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식물을 심어보고, 주위의 식물들을 잘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귀를 귀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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